오픈AI의 개발자 콘퍼런스에 나타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AP연합뉴스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강력한 파트너십을 이루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가 약 130조원의 거금을 투자해 AI용 대형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선진 AI기술을 보유한 양사가 AI를 구동하는 핵심 하드웨어 인프라까지 내재화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테크 업계에선 “구글·아마존 등이 다른 AI스타트업과 함께 MS·오픈AI 연합을 뒤쫓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프로젝트 스케일로만 봤을 때 엄청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역대급 ‘AI전용 데이터센터’ 나온다

29일(현지 시각) 미국 IT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MS와 오픈AI 경영진은 오픈AI의 AI모델들을 구동하기 위한 특수 AI반도체를 탑재한 수퍼컴퓨터로 구성된 데이터센트를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양사는 이 프로젝트에 드는 초기 비용을 최대 1000억 달러(약 130조원)로 보고 있는데, 이는 일반 대형 데이터센터 대비 100배 많은 비용이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총 5단계로 이뤄졌으며, 앞으로 6년간에 걸쳐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천문학적 비용은 대부분 MS가 충당하게 될 것이며, 대부분은 AI반도체를 조달하는데 쓰이게 될 예정이다. 이 데이터센터에는 현재 가장 뛰어난 AI반도체로 꼽히는 엔비디아의 제품 뿐 아니라 다양한 AI칩을 사용할 예정이다. MS는 지난해 자체 개발한 AI반도체인 ‘마이어 100′을 공개했으며,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 역시 글로벌 큰 손 투자자들에게 자체 AI반도체 제조를 위한 투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중심이던 두 회사가 최근 반도체 자체 생산에 급격하게 나서게 된 것은 이 같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일환일 것”이라고 말했다.

올트먼 CEO는 최근 샌프란시스코 오픈AI 본사에서 한국 스타트업·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최근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컴퓨팅(연산) 자원 확보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한다”고 말했었다. 그는 이에 앞서서도 공개적으로 “우리의 AI를 구동시키는데 충분한 AI칩을 보유하지 못했고, 앞으로는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고 수차례 불평을 했었다.

한편 이 같은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논의되면서, AI반도체에 필수적으로 들어가야하는 고대역메모리칩(HBM)을 생산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도 반사이익을 받게 될 전망이다. 실제로 오픈AI는 지난 1월 한국을 찾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경영진을 만나 AI반도체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AI수퍼파워’되는 MS·오픈AI, 우려도

전문가들은 MS와 오픈AI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실현될 경우, 양사의 ‘AI파워’가 급격하게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오픈AI는 올해 여름쯤에 현재 가장 앞서나간 AI모델인 ‘GPT-4′보다 훨씬 진보한 것으로 평가되는 ‘GPT-5′를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2위 클라우드 업체인 MS는 오픈AI에 대한 130억 달러 규모의 투자로 오픈AI의 기술에 접근하고, 클라우드 고객에 판매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갖췄다. 데이터센터가 구축될 경우 이들은 사실상 외부 AI반도체 물량·데이터센터 자원에 더 이상 의존할 필요 없이 세계에서 가장 앞선 AI서비스를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게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거대한 데이터센터가 생겨나며 오픈AI의 AI기술 개발도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디인포메이션은 “해당 프로젝트는 아직 승인되지 않았고 계획이 변경될 수 있지만, 양사가 얼마나 앞서가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지점”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 같은 대형 데이터센터에는 최소 수 기가 와트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기 위한 전력 확보가 어렵다는게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디인포메이션은 “양사 경영진은 스타게이트를 빠르면 2028년 출시하고, 2030년까지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며 “이 데이터센터에는 5기가와트의 전력이 필요할 수 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