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텔이 반도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2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미터 이하 공정에 투입되는 네덜란드 ASML의 차세대 노광장비(EUV)를 설치했다. 이를 통해 최첨단 공정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경쟁사를 따라잡겠다는 전략이다.

인텔은 18일(현지 시각) 미국 오리건주 R&D(연구개발) 구역에 ASML의 차세대 노광장비인 ‘하이 NA EUV’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2024-04-19 /로이터=연합뉴스

인텔은 18일(현지 시각) 미국 오리건주 R&D(연구개발) 구역에 ASML의 차세대 노광장비인 ‘하이 NA EUV’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2층 버스 크기의 이 장비는 빛을 모으는 능력(NA)을 높여 기존 EUV보다 반도체 집적도를 2.9배 높일 수 있다. 반도체 회로를 더 정밀하게 새길 수 있어, 인텔로서는 고성능의 최첨단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게 된 것이다. 반도체 설계와 CPU 전문회사인 인텔은 2018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 철수했으나, 2021년 재진출을 선언한 뒤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인텔은 ‘하이 NA EUV’를 활용해 내년 1.4나노 반도체 개발을 시작하고 2027년 양산을 하는 것이 목표다. 1대 가격은 기존 장비보다 2배가량 비싼 3억5000만 유로(약 5100억 원)에 달한다. 마크 필립스 인텔 이사는 “올해 후반에 장비가 완전히 가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의 차세대 장비 도입으로 2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분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가장 앞선 상용 기술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와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이다. 두 회사는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반도체 기업들은 ASML의 차세대 EUV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얼마나 고성능 EUV 장비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이 좌지우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가임에도 EUV 장비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ASML이 유일하다. ASML은 이미 하이 NA EUV 장비를 10~20대 주문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SML은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최근 두 번째 하이 NA 장비 발송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회사명은 밝히지 않았지만, 인텔·TSMC·삼성전자 등이 거론된다. 로이터는 “장비의 배송 및 설치에 최대 6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인텔이 한발 앞서 나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