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양인성

삼성전자는 30일 공시를 통해 올해 1분기 매출 71조9156억원, 영업이익 6조6060억원의 확정 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2.8%, 영업이익은 931.9% 늘었다. 사업 부문별 세부 실적을 보면,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디바이스설루션) 부문이 영업이익 1조9100억원을 기록하며 5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삼성전자는 이날 공시와 콘퍼런스콜(실적 설명회)을 통해 차세대 반도체 투자와 양산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의 핵심인 HBM 5세대 모델 ‘HBM3E 12단’ 양산을 2분기 내에 시작한다고 했다. 그동안 시장에서 상반기 내 양산을 유력하게 전망했으나,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을 올해 연말 엔비디아가 출시할 예정인 차세대 AI 가속기(학습·추론에 특화된 AI 반도체)에 탑재하기 위해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측은 “올해 내 HBM 생산량을 전년보다 3배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1분기 전체 시설 투자액 11조3000억원 중 반도체에 9조7000억원(85.8%)을 투입했다. 또 1분기 연구개발(R&D) 비용으로 7조8200억원을 투자했다. R&D 비용은 역대 분기 기준으로 최대치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HBM과 첨단 패키징(조립) 등 차세대 반도체 생산·기술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양인성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1분기 2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되살아난 메모리 반도체 업황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에서만 17조4900억원 매출을 올렸다. DS(디바이스 설루션) 부문 전체 매출의 75.5%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고대역폭 메모리(HBM)나 DDR5(D램)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향후 전망도 밝게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30일 콘퍼런스콜에서 “2분기에도 HBM과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생산을 전환해 운영할 예정”이라며 “인공지능(AI)이 탑재되는 스마트폰과 PC 등이 확산하는 것도 긍정적 요인”이라고 밝혔다. AI 반도체와 데이터 센터에 쓰이는 메모리 반도체의 비중을 확대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콘퍼런스콜에 참석한 투자자들의 질문도 HBM 등 차세대 반도체에 집중됐다. 김재준 삼성전자 DS 부문 부사장은 “올해 HBM의 출하량을 전년 대비 세 배 이상 늘리고 있다”며 “해당 물량은 이미 고객사와 공급 합의를 완료했고, 내년에도 출하량을 올해 대비 최소 두 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이날 ‘HBM3E 12단’ 양산 시점을 2분기 중이라고 공개한 것은 엔비디아 납품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HBM3E 12단 개발에 성공했다. 엔비디아는 이미 삼성전자의 HBM3E 12단 제품 테스트에 들어갔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승인을 받는 즉시 대규모 공급을 위해 미리 제품 양산에 돌입하는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승인을 자신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HBM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의 중심이 될 DDR5의 공급 역시 늘어날 전망이다. DDR5는 현재 전 세계 D램 시장의 주류인 4세대(DDR4)와 비교해 데이터 용량은 4배, 처리 속도는 2배 높인 최신 세대 D램이다. 생성형 AI 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AI 서버 투자가 늘면서 고용량, 고성능, 저전력 성능에서 뛰어난 DDR5의 수요가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시설투자와 R&D 투자를 꾸준히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1분기 시설투자액은 전 분기에 비해 6000억원 늘어난 11조3000억원이었다. R&D에도 7조8200억원을 투자해 4분기(7조5500억원)에 이어 역대 분기 기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측은 “메모리의 경우 기술 업계 리더십(선두)을 위한 R&D 투자를 지속했다”며 “특히 HBM·DDR5 등 첨단 제품 수요 대응을 위한 설비 및 패키징(조립) 공정 투자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최근 발표한 미국 내 파운드리(위탁 생산) 투자와 관련해서 삼성전자는 “R&D와 첨단 패키징 라인 투자가 추가되면서 미국 현지에 400억달러 이상 투자할 전망”이라며 “미국 정부와 최종 협상이 남아 있어 (투자 규모의) 변동 가능성이 있고, 파운드리 시장과 고객 수주를 고려하면 첫 양산 시점은 2026년으로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