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IT·통신·반도체 등 이른바 첨단 업종도 베이비부머 은퇴 공포를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대기업 전자 회사나 통신사의 사무직군은 여전히 고용 시장에서 인기가 높지만 부품 조립이나 송전선 유지 관리 등 현장 업무를 다루는 생산직은 사정이 다르다. 고령화가 한창 진행 중이라 이들이 퇴직하는 경우 심각한 인력난이 우려된다고 입을 모은다.

KT는 임직원 1만9026명 중 40대 이상이 80%, 50대 이상은 60%에 달한다. 장민 KT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0일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향후 5~6년에 걸쳐 기존 인력 중 1000명 정도가 정년퇴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KT는 통신망 사업을 하는 만큼 선로 관리 같은 인프라 운용 인력이 필요하다. KT는 2018년부터 시니어컨설턴트 제도를 통해 정년퇴직자를 재고용하고 있다. KT에서 34년간 방송회선 유지 보수 업무를 담당해온 임성택(61)씨는 정년퇴직한 이후에도 회사와 재계약을 통해 2년 째 기존 업무를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특히 통신망 선로 관리 등 현장 노하우가 필요한 일들의 경우 이를 이어서 할 인력이 많이 부족해 정년퇴직자들을 재고용해 버티고 있다”며 “지난 5년간 약 650명이 재고용됐다”고 말했다.

첨단 업종도 지방 사업장일수록, 중소 업체일수록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충북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가 2022년 충북 지역 내 187개 반도체 사업체를 조사한 인적자원 수급 현황에 따르면 이해 총 483명의 인력이 필요했지만 각 기업의 실제 채용인원은 318명에 그쳐 인력충족률이 65.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조사를 한 윤창훈 충청대 교수는 “일시적이 아닌 만성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어 인적자원 수급불균형이 지속적 현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 음성군의 배터리 부품사 인팩이피엠은 현장에서 일하는 한국인 인력 40여 명 대부분이 40~50대다. 이 회사 이유노 책임매니저는 “지방 공장에서 일할 신규 인력 채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110여 명에 달하는 외국인 인력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