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 건물./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1987년 창사 이래 무노조 경영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당연히 파업도 없다. TSMC는 현재 전 세계 12곳의 공장을 운영하고 임직원 숫자가 8만명에 달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인 DS 부문보다 임직원 숫자가 많다. TSMC의 무노조 경영은 반도체 업종의 특성을 감안한 창업자 모리스 창의 원칙 때문이다.

반도체 공장은 파업에 대한 위험 부담도 크다. 같은 제조업일지라도 자동차나 가전 공장보다 반도체 공장은 공정을 멈췄다가 재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훨씬 길다. 또 공장을 멈추면서 쓰지 못하게 되는 웨이퍼(반도체 원판)나 재료도 버려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도 늘어난다. TSMC뿐만 아니라 제조업 노조가 강성인 미국에도 인텔 반도체 공장에는 노조가 없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TSMC에도 노조 관련 위기가 있었다. 2010년대 중반 대만에서 노조의 목소리가 커지고, 항공사를 중심으로 파업이 잇따랐다. 이때도 TSMC는 노조 설립을 허용하지 않았다. 당시 모리스 창은 대만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노조가 없는 것이다”라고 말을 하면서 무노조 경영 원칙에 못 박았다. 업계 관계자는 “TSMC가 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다 보니, 노조를 만들기 쉽지 않은 분위기도 있다”며 “TSMC 직원들도 스스로 자신들의 근로 여건에 만족하고, 사회에 대한 책임감도 느낀다”고 했다.

자국에서 무노조 원칙을 지키던 TSMC는 최근 해외에 공장을 세우면서 노조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지난해 미국 애리조나에 공장을 지으면서 대만에서 숙련 근로자를 데리고 오려다가 현지 건설 노조의 반대에 부딪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TSMC의 애리조나 공장 건설 일정이 미뤄지는 반면 TSMC 일본 구마모토 공장이 제시간에 지어진 데는 노조 유무의 차이도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파업으로 인한 노동자의 노동 손실 일수는 연간 1만 일(日) 미만이다. 반면 미국은 100만 일 이상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