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너리티리포트 한 장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범죄를 예측·예방하는 기술들이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다. 과거엔 공상으로 여겨졌던 ‘미래의 범죄 차단’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일본 창업경진대회인 ‘B대시캠프’에선 AI 기반 범죄 예방 스타트업인 ‘싱귤러 퍼터베이션즈’가 1등을 차지했다. B대시캠프는 일본의 유명 벤처캐피털(VC)인 ‘B대시벤처스’가 매년 두 차례 개최하는 대회로, 일본에서 권위 높은 경진대회로 꼽힌다. 여기에서 범죄 예방 알고리즘이 차세대 가장 유망한 기술로 꼽힌 것이다.

그래픽=박상훈

◇데이터 학습해 미래 범죄 예측

싱귤러 퍼터베이션즈가 선보인 시스템 ‘크라임 내비’는 ‘범죄자는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는 수사 경험에 착안해 만들어졌다. 이 회사는 자체 알고리즘을 개발해, 과거 범죄 기록, 인구 밀도, 공간 정보, 심지어 날씨 같은 데이터까지 학습했다. 이를 바탕으로 특정 범죄가 어떤 환경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지 분석했다. 업체는 ‘데이터가 계속 쌓일수록 범죄 예측은 더욱 정교해지고, 기존 수작업 등 전통적 방식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고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치안 당국에 집중 순찰 경로를 제안할 수 있고, 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도쿄, 나고야 같은 일본 주요 도시에서 거친 실증 실험 결과, 범죄 예측 가능성이 과거에 비해 50~60% 증가했다고 밝혔다. 작년 말엔 브라질 경찰과 협업하는 등 해외 진출에도 나섰다.

기존엔 금융 사기 예방 프로그램이나 AI 안면 인식 등이 혁신 기술을 활용한 범죄 예방 방법으로 꼽히곤 했다. 최근 여기에 각종 데이터를 학습해 보다 적극적으로 일상 범죄를 예방하는 기술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뉴질랜드의 스타트업 ‘오라(Auror)’는 일상에서 흔한 경범죄인 절도를 예방하는 서비스를 한다. 마트에서 절도 범죄가 발생했을 경우, 오라의 이용자는 용의자의 모습이 담긴 CCTV 캡처 사진을 애플리케이션에 올리고, 오라 시스템은 AI를 통해 용의자의 성별, 체형, 행동 패턴 등을 분석한다. 그리고 용의자가 다시 마트에 나타나면 이용자에게 경고 알림을 보내는 방식이다. 오라는 뉴질랜드와 호주 등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3만명 이상 고객을 두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파트너사이기도 하다.

일반 가정에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있다. 미국의 ‘딥센티넬’은 AI 기반 CCTV 서비스를 한다. 기존 CCTV는 범죄 발생 후 용의자를 검거하는 데 주요 활용 자료로 쓰였다면, 딥센티넬의 카메라는 범죄 예방에 초점을 둔다. 가정집 문 앞에서 주택 진입을 수차례 시도하려는 움직임이나 인근을 배회하는 등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되면 경고음을 내 쫓아내는 방식이다. 업체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통해 인간과 동물 등을 즉시 구별한다고 설명한다. 가령 길을 오가는 고양이라면 경고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는다. 딥센티넬은 작년 1500만달러(약 205억원) 투자를 유치하는 등 인지도를 쌓고 있다.

◇”사람의 움직임 습관도 파악 가능”

이런 기술이 가능한 건 그간 CCTV를 통해 충분한 데이터를 쌓았기 때문이다. 과거 누적된 이미지가 많고, 영상 화질이 좋지 않더라도 고화질로 다시 복원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다.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돼 실시간 이미지를 파악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안창욱 광주과학기술원 인공지능연구소장은 “현재 기술력으로 용의자가 다음 어디로 이동할지는 물론이고, 그 사람이 보이는 특정 움직임 습관 같은 것도 전부 추적이 가능하다”고 했다.

AI를 접목한 범죄 예방, 감시 기술 도입은 국내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디지털 성범죄 예방과 피해자 지원을 위해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특정할 수 있는 AI 감시 기술을 개발해 도입했다고 밝혔다. AI 딥러닝 기반 안면 인식 기술로 아동·청소년의 성별과 나이를 판별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성 착취물을 빠르게 찾아내 삭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스타트업들도 범죄 예방에 힘을 더하고 있다. 인공지능 스타트업 딥브레인AI는 딥페이크(AI로 만든 진짜 같은 가짜 콘텐츠) 탐지 기술에 관한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다양한 영상 데이터 학습을 통해 실제 인물과의 유사도를 따지는 판별 기술력을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