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페스티벌에 마련된 네이버웹툰 부스에 인파가 몰려 있다. /네이버웹툰

네이버 웹툰이 미국 나스닥 상장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외국 작가를 발굴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웹툰·웹소설을 드라마로 영상화하는 등 웹툰의 글로벌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네이버 웹툰의 미국 법인이자 본사인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지난 31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기업공개(IPO)에 나섰다. 김준구 네이버 웹툰 대표는 “우리의 목표는 향후 10년간 가장 큰 히트작이 될 IP(지식재산권)를 발굴하고 개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SEC의 심사와 기업 가치 책정 등의 과정을 거쳐, 이르면 이달 안에 나스닥 상장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웹툰이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다면, 한국에서 탄생한 웹툰이 영화나 팝음악과 같이 글로벌 대중문화 산업의 주요 축으로 공인받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한국 업체들은 만화를 인터넷·모바일과 결합시키면서 ‘K웹툰’이라는 콘텐츠와 시장을 세계에서 처음 탄생시켰다. 최근에는 웹툰이 드라마와 게임의 원천 IP로 활발히 활용되면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래픽=김현국

웹(web)과 카툰(cartoon·만화)을 합친 ‘웹툰’은 1999년 무렵 한국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하지만 네이버 웹툰이 2004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엔 단순히 만화책을 스캔해 인터넷에 올리는 정도였다. 당시 세계 만화 시장도 미국과 일본이 양분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네이버와 카카오가 웹툰 시장에 뛰어들면서 콘텐츠의 양과 질이 동반 성장했다. 특히 한국 웹툰 업체들은 책장을 넘기는 기존 만화와 달리, 인터넷의 스크롤(세로로 내리면서 보기)에 적합하도록 내용과 형식을 바꿨다.

웹툰 시장은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시간을 보낼 때 스마트폰에서 화면을 넘기며 보기에 웹툰은 내용과 형식에서 알맞은 장르였다. 네이버 웹툰은 2014년 영어와 중국어 서비스를 선보이며 해외로 진출해 현재는 북미와 일본, 동남아시아, 유럽 등 세계 150여 국가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픽코마는 2016년 세계 최대 만화 시장인 일본에서 웹툰 서비스를 시작했고, 4년 만에 일본 디지털 만화 앱 매출 1위를 달성했다. K웹툰이 세계 만화 시장을 양분하던 미국과 일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자 애플과 아마존도 웹툰과 같은 서비스를 내놓기 시작했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발행 규모와 공모가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월 블룸버그는 웹툰엔터테인먼트의 기업 가치가 최대 40억달러(약 5조5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최근 뉴욕 증시에 상장하기 직전에 기업 가치 50억달러로 평가받은 미국 유명 소셜미디어 레딧과 비슷한 수준이다.

웹툰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데는 웹툰 한 편을 이용해 드라마·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확장시킨 ‘원소스 멀티유즈’ 전략이 주효했다. 특히 ‘스위트 홈’ 등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같은 글로벌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들이 웹툰 원작 드라마를 앞다퉈 제작하면서 웹툰은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 인기 IP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