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김영섭 대표(왼쪽)와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라 CEO가 3일(현지 시각)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T

KT가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공지능(AI) 동맹을 맺었다. 두 회사는 앞으로 AI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분야에서도 협력하기로 했고, 한국 시장에 공동으로 수조원 이상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MS는 챗GPT로 생성형 AI 열풍을 불러온 오픈AI의 최대 투자자다. 구글·아마존·메타 등 빅테크가 AI 투자를 늘리고 있는 가운데, 가장 공격적으로 AI 기술을 도입 중인 선두 업체로 꼽힌다.

MS는 한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파트너를 찾던 중 국내 최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운영할 뿐 아니라 클라우드·통신 기술 역량을 보유한 KT와 협력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시장에 특화한 AI 서비스를 개발하고, AI 전문 인력도 함께 양성하기로 했다.

◇AI·클라우드에 수조원대 투자 예상

4일 KT에 따르면, 김영섭 KT 대표와 사티아 나델라 MS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3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주 MS 본사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앞으로 두 회사는 AI·클라우드 연구·개발 공동 프로젝트에 나서고, ‘AI GPU 팜(다수의 그래픽처리장치를 연결해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컴퓨팅 시스템)’과 데이터센터에도 투자할 예정이다.

또 국내에 AI·클라우드 이노베이션 센터를 만들어 함께 AI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 분야 전문 인력도 키우기로 했다. 이날 두 회사는 보다 상세한 협력 사업 내용이나 구체적인 투자액을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투자 규모를 수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두 회사는 오는 9월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발표하면서 투자 금액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KT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반년 동안 MS와 협력을 논의해왔고 단순 기술 협력이 아닌 전략적 파트너가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래픽=양진경

KT는 자체 기술만으론 AI 시대에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에 이번 협약에 공을 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MS·구글 등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핵심 인재마저 쓸어가는 상황에서 이들과 협업하지 않고는 기술 격차가 갈수록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단순 기술 개발을 넘어 누가 얼마나 AI를 쉽고 빠르게 적용할 수 있을지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란 판단도 작용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2월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혼자만의 힘으로 1등 하는 회사나 조직은 없어진 지 오래됐고 협력을 잘해야 진정한 고수”라고 말했다.

MS는 KT의 데이터센터·통신망 인프라 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현재 자회사 KT클라우드 산하에 국내 최다인 14개의 IDC를 운영하고 있다. 또 MS 주력 사업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해선 통신망과 관련 기술이 필수적이다. KT는 작년 10월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믿음’을 공개하는 등 AI 기술 개발에 발 빠르게 뛰어든 상태다.

◇한국 특화 서비스 개발한다

KT는 이번 협업을 통해 한국형 AI·클라우드 서비스를 내놓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일명 ‘소버린(Sovereign·자주적) AI’다. 각 나라가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각국 문화와 언어, 정책에 맞는 AI 모델·서비스를 만드는 개념이다. 특정 국가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기술을 발전시키고 AI 주권을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각국이 주목하고 있다.

KT는 앞으로 데이터 보안이 중요한 공공·금융 분야를 중심으로 소버린 AI·클라우드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각종 규제가 많은 금융·공공 분야는 해외 기업 진입이 쉽지 않아 MS에서도 국내 파트너를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KT가 운영하는 IDC에서 직접 데이터를 관리하면서 MS 최신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상품 등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MS는 한국뿐 아니라 각국에서 현지 기업과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4월 UAE의 AI 기업 ‘G42′와 맺은 15억달러(약 2조원) 규모 투자 협약이 대표적으로, 지분 일부를 확보한 후 회사 이사회에 합류했다. G42에 MS 서비스 판매 권한을 주고, MS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도 이용하도록 했다. 개발자 양성을 위한 10억달러 규모 펀드도 설립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