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 전시회를 앞두고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4일 개막하는 ‘컴퓨텍스 2024′를 앞두고 일찌감치 지난달 26일 고향인 대만을 찾았다. 행사 폐막일인 오는 7일까지 대만에 머무르며 인공지능(AI) 인프라 공급망 관계사들과 사업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다. 행사장에선 라이칭더 총통과도 만날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분초 단위로 일정이 있는 빅테크 수장이 2주를 대만에서 보내는 것은 단순한 고향 방문이 아니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개발과 양산을 위해서는 대만 제조 협력 업체들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그는 대만에 도착해 공급망 관계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 젠슨 황 CEO는 지난 2일 대만국립대 체육관에 모인 6000명 앞에서 새 AI 가속기 ‘루빈’의 청사진을 처음 공개했다. 폭스콘, 에이수스, 기가바이트 등 대만 내 주요 IT 제조 파트너들까지 함께 소개했다. 그는 “엔비디아가 대만에 제조를 위탁하는 기존 관계를 넘어 대만 IT 기업들과 함께 AI 혁명을 이끌어 가겠다”고 했다.

황 CEO의 행보를 보면 단순히 사업적 목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야시장·야구장·대학 등을 돌며 대만 기업인부터 시장 상인까지 두루 만나고 있다. AI 반도체 산업에서 자신의 위상과 자신감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대만에서 젠슨 황 CEO의 인기는 아이돌 수퍼스타와 맞먹는다. 대만 언론과 네티즌들은 그를 ‘AI 대부’라고 부르며, 그의 행적 일거수일투족을 기사와 온라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생중계하고 있다. ‘젠슨 황이 야시장에서 먹은 음식의 칼로리’를 분석한 기사까지 나올 정도다.

지난달 29일 밤 황 CEO는 모리스 창 TSMC 창업자, 차이밍제 미디어텍 회장, 린바이리 콴타컴퓨터 회장 등 대만계 IT 거물 10여 명과 함께 타이베이 닝샤 야시장을 찾았다. 대만 타이난 출신인 그는 “유년 시절 야시장에서 특별한 추억을 쌓았다”며 대만을 찾을 때마다 야시장을 들른다. 모리스 창 창업자에게는 93년 평생 첫 야시장 방문이었다. 대만 언론은 “TSMC가 얼마나 엔비디아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