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일 타이베이 국립대만대 종합체육관에서 한 '컴퓨텍스 2024' 기조연설에서 올 하반기 출시할 AI가속기 '블랙웰'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엔비디아가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돌파하며 시총 2위 자리를 꿰찼다. 시총 2조 달러를 돌파한 지 불과 4개월 만으로, 시총 1위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격차도 1400억 달러 수준으로 좁혀졌다.

5일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보다 5.16% 급등한 1224.40달러(약 168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엔비디아 시총은 3조 110억 달러(약 4134조 1030억원)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시총 3조 달러를 뚫었다. 역대 시총 3조 달러를 돌파한 기업은 애플과 MS에 이어 엔비디아가 세 번째다.

AI 반도체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이날 시총 기준 애플을 제쳤다. 애플은 오는 10일 세계개발자회의(WWDC)를 앞두고 6개월 만에 시총 3조 달러를 회복했지만 엔비디아 주가가 급등하며 시총 2위 자리를 내줬다. 1위인 MS(3조 1510억 달러)와 격차는 1400억 달러다.

엔비디아는 무서운 속도로 뉴욕 증시를 흔들고 있다. 엔비디아는 작년 6월 시총 1조 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8개월 만인 지난 2월 2조 달러를 돌파했다. 그리고 불과 4개월 만에 다시 3조 달러를 넘어서는 기록을 세웠다.

특히 엔비디아 주가가 이날 5% 이상 급등한 것은 액면 분할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앞서 엔비디아는 지난달 22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액면 분할 계획을 밝혔다. 액면가를 10분의 1로 하는 대신 주식 수를 10배로 한다는 내용이다. 6일 장마감 시점에 엔비디아 주식 1주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7일 거래일 종료 후 9주를 추가로 받게 된다. 그리고 오는 10일부터 분할가로 거래가 이뤄진다. 액면 분할은 가격을 낮춰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어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앞서 애플과 테슬라 등도 액면 분할을 앞두고 주가가 급등했다.

올해 초 중국 지사를 방문해 임직원들과 춤을 추고 있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웨이보

여기에 더해 지난 2일 새 AI 가속기를 공개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일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IT 전시회 ‘컴퓨텍스 2024′를 앞두고 새 AI 가속기 ‘루빈’의 청사진을 처음 공개했다. 폭스콘, 에이수스, 기가바이트 등 대만 내 주요 IT 제조 파트너들까지 함께 소개했다.

엔비디아 주가가 오는 2030년 10조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술주 중심 운용사인 I/O펀드의 베스 킨디그 수석기술애널리스트는 지난달 28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2030년까지 258% 더 올라 10조 달러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엔비디아는 현재 최고 사양 그래픽처리장치(GPU)인 H100에 이어 올해 말 신제품 블랙웰 출시를 앞두고 있다”며 “차세대 블랙웰 GPU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및 자동차 시장에 널리 쓰이며 또 다른 엄청난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