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ai 인력 전쟁. /Copilot

‘인재의 블랙홀’이 된 빅테크도 인력이 풍족한 것은 아니다. 핵심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빅테크 기업 간 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18일 본지가 채용 플랫폼 링크드인에 가입한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애플·메타 등 4대 빅테크 소속 임직원 80만8547명을 분석한 결과, 7.5%에 달하는 6만474명(중복 포함)이 이 기업들 사이에서 이직한 것으로 집계됐다. 예컨대 링크드인에 가입한 구글 직원 28만6760명 중 MS 출신이 1만3238명, 메타 출신이 8880명, 애플 출신이 4219명이었다.

그래픽=백형선

인재 영입을 위해 CEO가 직접 나서는 경우도 많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올해 초 구글 딥마인드 부서 연구원들에게 채용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고, 편지를 받은 딥마인드 연구원 미칼 발코가 메타의 생성형AI 그룹 라마 수석 엔지니어로 이직했다.

역설적으로 AI 인력 전쟁에서 가장 고전하는 곳은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다. 오픈AI는 최근 수년간 생성형AI 시장을 주도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AI 기업으로 떠올랐지만 AI 인력 관리에 가장 애를 먹고 있다. 오픈AI 출신은 다른 회사로 이직할 때 사실상 백지수표를 받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오픈AI는 사내 최고 연구원 12명을 다른 회사에 뺏겼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작년 12월 오픈AI 핵심 개발자인 일리야 스츠케버에게 공개적으로 영입 제안을 하기도 했다. 오픈AI가 2016년부터 고용한 AI 전문가 100여 명 중 지금까지 남아 있는 인력은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픈AI도 최근 기본급 7억6000만원을 내걸고 응용AI 분야 엔지니어 채용에 나서는 등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연봉 비교 사이트 레벨스(levels.fyj)에 따르면, 오픈AI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에게는 기본급 수준의 스톡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즉 실제 이 자리에 채용될 경우 15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을 수 있는 데다, 회사 측은 무제한 휴가와 각종 의료보험 등 혜택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AI 인재들이 귀해지다 보니 연봉 역시 치솟고 있다. AI 소프트웨어 관련 업무를 마무리해본 경험이 있는 엔지니어의 경우 ‘세븐피겨(Seven Figures·100만달러 이상 7자릿수 연봉)’는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