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앱스토어 이미지./AFP 연합뉴스

애플이 엄격한 유럽연합(EU)의 빅테크 규제안 ‘디지털시장법(DMA)’를 위반한 첫 기업이됐다. 앞서 DMA처벌을 피하기 위해 유럽에서 제3자 앱스토어를 개방하는 등 조치를 취했던 애플에겐 큰 굴욕인 셈이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24일 EU 당국은 애플의 앱스토어 운영 방식이 DMA를 위반했다는 내용의 예비 조사 결과를 통보했다. 지난 3월 7일 DMA가 유럽에서 전면 시행된 후 특정 기업의 활동이 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결론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U, ‘애플, 정책 바꿔도 DMA 위반’

EU집행위원회는 이날 애플측에 “DMA에 따르면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앱을 배포하는 개발자들은 추가 비용 없이 고객에게 더 저렴한 대체 구매 방법을 알리고, 이를 통한 구매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애플이 운영하는 앱스토어 방식은 어느 하나도 앱 개발자가 고객을 자유롭게 (대체 수단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예시로는 앱 개발자가 애플의 결제 수단을 사용하는 ‘인앱결제’외에 앱의 공식 웹사이트 등의 가격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애플은 지금까지 ‘벽으로 둘러싼 정원’이라고 불리는 폐쇄적인 생태계를 운영하며, 앱스토어를 통해 일부 인기 앱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부과해왔다. 이 때문에 앱 개발자들은 애플에서의 서비스 비용을 더 높게 부과하기도 했다. 애플이 유럽에서 제3자 앱장터를 허용했지만, 또 다른 명목의 수수료와 예외조항으로 여전히 앱 개발자들의 수익을 과도하게 나눠 갖고 있다고 당국은 판단한 것이다.

다만 이번 판단이 예비 조사 결과인 만큼, 내년 3월 25일 위반 여부가 최종 확정되기 전 까지 애플은 반론 등 대응에 나설 수 있다. 애플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몇 달 동안 애플은 DMA를 준수하기 위해 여러 가지 변경 사항을 적용했다”며 “우리는 우리의 계획이 법을 준수한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EU규제 당국이 DMA위반으로 최종 결론을 내릴 경우, 애플은 글로벌 연간 총매출액의 최대 10%가 과징금으로 부과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애플의 연간 매출은 3832억 9000만 달러로, 최대 53조원(약 383억 달러)에 해당하는 거액의 벌금에 직면할 수도 있는 것이다.

EU집행위는 예비 조사 건과 별건으로 애플이 DMA시행 후 도입한 ‘핵심 기술 수수료’가 법을 위반하는지 조사를 추가로 개시한다고도 밝혔다. 애플은 DMA 시행 후 유럽에서 이례적으로 제3자 앱장터 설치를 허용하기로 했지만, 설치 건당 0.5유로의 ‘핵심 기술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수많은 앱개발자들이 이를 애플의 ‘꼼수 수수료’로 비판한 만큼, 유럽 당국은 이 수수료가 새로운 시장 진입 장벽이 아닌지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조사 당면한 빅테크들 긴장

테크계에선 이례적인 정책 변경 조치를 취했음에도 DMA 위반 판단을 피하지 못한 애플의 사례에 빅테크들이 모두 바짝 긴장할 수 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DMA는 애플 외에도 구글 모회사 알파벳,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부킹닷컴 등 기업이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막는 ‘게이트키퍼’ 기업으로 규정되어 있다. EU집행위는 지난 3월 알파벳과 메타에 대해서도 DMA 위반 조사를 개시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애플에 대한 이번 결과는 이미 빅테크에 대한 공격적인 규제를 펼치고 있는 EU의 단속이 더욱 강화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