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최고경영자(CEO)의 몸값이 급등하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 등 신산업의 등장으로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자, 주로 주식으로 보상을 받는 CEO들의 급여도 뛴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미국에서 돈을 가장 많이 받은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투자회사 TPG캐피털의 존 윈켈리드로 1년 동안 1억9869만달러(약 2769억원)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윈켈리드 CEO를 비롯한 미국 주요 CEO들의 연봉 수준은 역대 최고치였던 2021년 수준을 넘어섰다. 27일 미국 임원 연봉 데이터 분석업체 시-스위트컴(C-Suite Comp)에 따르면, 2023년 미국 상장사 3725곳 CEO들의 연봉 중간값(수치를 크기 순서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값)은 421만2670달러(약 58억4128만원)로 1년 전보다 10.6% 늘었다. 지난해 미국 CEO들의 연봉 수준은 2021년(412만3426달러)를 넘어서는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봉을 가장 많이 받은 상위 10사 CEO 중 8명은 1억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아갔다. 투자회사 칼라일그룹의 하비 슈워츠가 1억8699만달러를 받아 2위에 올랐고, 반도체기업 브로드컴의 혹 탄(1억6183만달러), 사이버 보안업체 팰로앨토네트웍스의 니케시 아로라(1억 5143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그래픽=이진영

반면 직원들의 급여는 깎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 다른 연봉 분석기관인 이퀄라에 따르면, 매출 상위 163사 직원 월급 중간값은 지난해 6만4305달러(약 8920만원)로 1년 전보다 9.3% 감소했다. 조이스 첸 이퀄라 부편집장은 “기업들이 경기 불확실성 때문에 직원 급여를 삭감하거나 보너스 지급을 줄이는 등 인건비를 조정한 영향”이라며 “CEO들의 연봉에는 주식 비중이 크기 때문에 지난해 미국 증시가 상승하면서 직원과의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벌어지고 있는 CEO와 직원 간 임금 격차는 미국에서 사회 문제로 번지고 있다. 2년 전 2억2596만달러를 받으며 연봉 순위 2위에 올랐던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에 대해 구글 직원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알파벳이 공격적인 비용 절감에 나서며 1만2000명을 감원한 상황에서 CEO가 천문학적인 연봉을 챙겼기 때문이다. 피차이는 결국 지난해 연봉을 자진 삭감해 880만달러를 받았다. 2022년 9900만달러를 받았던 애플의 팀 쿡은 작년 초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은 뒤 자신의 연봉 40% 삭감을 회사에 요청했다.

미국 CEO들의 임금 상승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 FTSE 지수 편입기업 55사의 CEO 급여 중간값은 1년 전보다 4% 증가한 450만 파운드(약 79억원)를 기록했다. 미국 우량기업들이 편입돼 있는 S&P500 지수에 속한 기업들의 CEO 평균 보수는 전년 대비 9% 증가한 1570만달러(약 217억원)를 기록했다. 증가율과 금액 모두 큰 차이를 보인 셈이다. FT는 “양국 간 CEO 급여 차이로 인해 영국 인재들이 이탈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