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폴더블폰(접히는 스마트폰) 시장이 변곡점을 맞았다. 2019년 삼성전자가 첫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를 출시한 이후, 이 시장은 ‘삼성 천하’가 계속 이어져 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폴더블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량에서 중국 BOE가 삼성디스플레이를 앞지르더니, 지난 1분기에는 화웨이가 신제품을 앞세워 폴더블폰 판매량 1위 자리까지 차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반격에 나선다. 오는 10일 새 폴더블폰 시리즈 갤럭시Z폴드6와 Z플립6를 공개한다. 구글도 내달 신작 ‘구글 픽셀 9 프로 폴드’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 반응에 따라 삼성전자가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에서 주도권을 계속 쥘 수 있을지 판가름이 나게 된다.

그래픽=김성규

삼성전자는 접는 화면에 특화된 인공지능(AI)을 탑재한 폴더블폰으로 차별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반면 화웨이는 세계 최초로 두 번 접는 폴더블폰 등 하드웨어(기기)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구글은 자체 AI 모델인 ‘제미나이’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폴더블 특화 AI로 1위 수성”

테크업계에서는 하반기 들어 폴더블폰이 한 단계 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폴더블폰은 화면을 접어 크기를 줄인다는 장점은 있지만, 두꺼운 데다 기능적으로 일반 스마트폰과 큰 차별화가 어려웠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폴더블폰에 특화한 AI 기능이 본격 등장하고, ‘두 번 접는’ 새로운 기기 형태(폼팩터)도 출시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초 가장 먼저 온디바이스(내장형) AI 폰을 선보인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에 특화한 AI 기능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카메라 작동 등에서 기존 갤럭시 시리즈에는 없던 기능이 될 것으로 본다”며 “폴더블폰의 장점을 소비자가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했다. 폴더블폰 2종과 동시에 출시하는 스마트 워치, 스마트 링(반지)을 더해 각 기기 간 매끄럽게 연동되는 AI를 선보여 ‘갤럭시 생태계’ 안에 이용자들을 묶어둔다는 전략이다.

하드웨어도 바뀐다. IT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Z폴드6는 전작보다 무게가 14g 줄어든다. 239g인데 바(bar)형 스마트폰 갤럭시S24울트라(233g)와 거의 비슷해지는 것이다. Z플립6는 메인 카메라 화소수가 1200만화소에서 5000만화소로 대폭 업그레이드되고, 배터리 용량이 더 커질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동안 이용자들이 폴더블폰에서 아쉬워했던 점들이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중국 “더 얇고, 더 접는 폰으로 추격”

폼팩터 혁신에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중국 화웨이는 올해 하반기 ‘Z’ 모양으로 두 번 접히는 폴더블폰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지난 4월 2번 접는 폴더블폰 특허 도안을 공개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2022년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에서 3단 폴더블폰 시제품을 전시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두 번 접는 폰 최초 타이틀을 선점하려는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뿐 아니라 화면이 늘어나는 ‘슬라이더블(slidable) 폰’도 차세대 폴더블폰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중국 비보가 이르면 올해 말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진척도는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도 슬라이더블 폰의 시기를 조율하는 중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슬라이더블 폰 개발 진척도를 묻는 질문에 “(폴더블폰) 콘텐츠가 많아지고 생태계가 성숙해지는 시점에 상용화할 수 있도록 선행 개발 중”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폴더블폰을 출시한 구글도 내달 신작 ‘구글 픽셀 9 프로 폴드’를 출시할 것이 유력하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자사 생성형 AI인 제미나이를 어떻게 픽셀 폰 안에 매끄럽게 녹여넣는지 여부도 관전포인트”라고 했다.

각 회사가 내놓을 폴더블 폰 신작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에 따라 앞으로 시장의 판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1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폴더블폰 시장 예상 점유율은 삼성전자(50.4%), 화웨이(30.8%), 모토로라(6.2%), 아너(3.9%) 순을 기록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폴더블 폰은 장점이 뚜렷하지 않아 성장이 정체돼 있었지만, 앞으로 새로운 형태와 기능이 탑재되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이번 하반기가 본격적인 폴더블 폰 경쟁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