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 센터에서 개막한 반도체 장비·재료 전시회인 '세미콘 웨스트'(SEMICON West) 2023' 모습. /연합뉴스

보조금을 앞세워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빨아들이고 있는 미국은 반도체 생태계 완성을 위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9일 미국 상무부는 자국 반도체 제조업 육성을 위해 첨단 패키징 분야 연구개발(R&D)에 최대 16억달러(약 2조216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TSMC·인텔 등 파운드리 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한 미국이 자국에서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뿐 아니라, 조립까지 직접 하겠다는 것이다.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북미 최대 반도체 장비·소재 전시회인 ‘세미콘 웨스트 2024′에 기조연설자로 나선 로리 로카시오 상무부 차관은 “첨단 패키징은 고성능 컴퓨팅과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유지하게 해주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2022년 제정된 반도체법에 승인된 자금의 일부를 패키징 분야 육성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장비·전력공급 및 열관리·광자공학 등 5개 주요 후공정 R&D 분야에 해당하는 기업들을 선정해, 프로젝트당 최소 1억5000만달러(약 2078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설명했다.

첨단 패키징은 파운드리에서 생산된 다양한 반도체를 연결해 하나의 완성품으로 조립하는 과정으로, 기술이 좋을수록 조립된 반도체의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이 좋아진다. AI 시대에 첨단 패키징 기술이 반도체 ‘초격차’를 이룰 격전지로 꼽히는 이유다. 미 상무부는 이날 “첨단 패키징 분야는 어느 때보다 수요가 높아졌다”며 “R&D 지원으로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미국이 세계 패키징 산업을 선도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지금까지 패키징은 주로 대만, 말레이시아, 한국 등에서 이뤄졌고, 미국은 글로벌 칩 패키징의 약 3%만 차지한다”며 “(오늘의 발표는) 미국이 AI 등 첨단 기술에서 중국보다 앞서 나가기 위한 구성 요소를 갖추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