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성규

지난 4월 유럽연합(EU)은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잘못된 정치 선전 콘텐츠가 유포되는 것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 두 플랫폼을 운영하는 ‘메타’가 거짓 콘텐츠가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를 충분히 취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민주적 선거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EU가 조사에 착수할 수 있었던 근거는 작년 8월부터 시행된 ‘디지털 서비스법(DSA)’이다. 이 법은 플랫폼 기업이 가짜 뉴스와 성 착취·인종차별 등 유해한 정보를 유통시킨 것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이 핵심이다.

빅테크를 겨냥한 EU의 규제 칼날은 이뿐이 아니다. 지난 3월 글로벌 빅테크 7곳을 사전에 지정해 두고 독점 행위가 적발될 경우 글로벌 매출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디지털 시장법(DMA)’ 시행에 들어갔다.

EU는 디지털 시장법과 서비스법을 통해 공정한 경쟁과 소비자 보호라는 사회적 책임을 빅테크에 묻겠다는 구상이다. 콧대 높던 빅테크들도 외부 서비스를 도입하고 콘텐츠 관리에 착수하는 등 꼬리를 내리고 있다.

그래픽=김성규

◇유해 콘텐츠 방지 책임도 강화

EU는 불법·유해 콘텐츠 유포에 대해 철퇴를 내리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DSA는 플랫폼 기업들이 유해한 콘텐츠를 막기 위한 방법을 당국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가짜 뉴스뿐 아니라 혐오 콘텐츠, 테러 영상, 미성년자 착취 등이 모두 대상이다. DSA는 문제 발생 시 규제의 근거도 되지만 사전에 빅테크의 책임을 강화한 것이다. 해당 조치가 충분하지 않으면 당국은 빅테크에 알고리즘을 변경하라는 지시를 할 수 있다. 반복 위반 시 유럽 내 영업이 전면 금지될 수 있다.

실제로 EU는 지난해 10월 DSA에 근거해 메타·틱톡·X(옛 트위터)에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과 관련한 허위 정보 확산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지난 5월에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미성년자 보호 조치를 적절히 했는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DSA 시행으로 구글은 18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광고를 제한했고, 메타와 틱톡은 DSA 대응 인력을 각각 1000명 이상 배치했다.

◇빅테크 철옹성 무너뜨린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챗GPT를 개발한 오픈AI 이사회 참관인 자격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서신을 관련 기업들에 보냈다. 지난해 11월 확보한 참관인 자격을 1년도 안 돼 포기한 것이다. EU는 MS의 오픈AI 이사회 참관인 자격이 사실상 두 기업의 합병으로 간주될 수 있는지 모니터링해 왔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와 영국 경쟁시장청도 조사를 진행하자 MS가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다.

구글은 EU에서 검색 시장 독점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다. 구글은 DMA 시행을 앞두고 기존에 EU 지역 검색에서 자체 예매 서비스 등을 우선적으로 노출하던 정책을 폐기하는 등 EU의 제재에 대비하고 있다.

앞으로 빅테크에 대한 EU의 제재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DMA는 빅테크 7곳을 게이트키퍼(문지기)로 지정하고 24개 핵심 플랫폼 서비스를 규제 대상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구글의 유튜브뿐 아니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빅테크의 주요 사업들이 포함돼 있다.

☞디지털서비스법·디지털시장법

디지털 서비스법(Digital Services Act)은 EU가 플랫폼 기업에 불법 콘텐츠나 폭력적인 정보가 유통되는 것을 막을 의무를 지우기 위해 만든 법이다.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허위 정보나 성·종교에 대한 차별적 콘텐츠 등을 걸러내지 못할 경우 처벌 근거가 된다. 지난해 8월 시행에 들어갔으며, 위반 때 최대 연간 글로벌 매출의 6%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s Act)은 EU가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억제하기 위해 만든 법이다. 당장 시장점유율이 독점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독점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기업을 ‘게이트 키퍼(gatekeeper)’로 지정해 사전에 규제할 수 있다. 현재 알파벳(구글·유튜브), 아마존, 애플,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기업 총 7곳이 지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