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 후 퇴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 연합뉴스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중 총격을 맞아 부상을 입은 가운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에 대한 공개 지지에 나섰다.

13일 총격 발생 후 머스크는 자신의 X에 “나는 트럼프 대통령(President Trump)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그의 빠른 회복을 희망한다”고 썼다. 이와 함께 총격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를 흘리며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는 영상을 게시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로이터 뉴스1

머스크는 ‘민주 텃밭’으로 불리는 실리콘밸리 테크 거물 중에서도 공화당 서포터 역할을 자처해온 인물이다. 지난해엔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그의 대선 출마 선언을 자신이 운영하는 X(당시 트위터)에서 독점 중계 방송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머스크는 불과 2년 전만해도 트럼프와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고 받았던 사이였다. 지난 2022년 머스크는 “트럼프가 다음 미국 대통령이 되기엔 너무 늙었고, 그는 일몰 속으로 항해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에 트럼프는 자신의 임기 동안 “머스크가 백악관에 와서 자신의 수많은 프로젝트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 내가 무릎을 꿇으라면 꿇었을 것”이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그가 최초 트럼프가 아닌 드샌티스를 공개 지지한 것도 트럼프와의 악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머스크와 트럼프의 관계는 급속도로 진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5월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와 머스크가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머스크가 백안관에서 국경 안보와 경제 관련 정책에 대한 자문 역할을 부여한다는 논의가 오갔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머스크는 억만장자 투자자인 넬슨 펠츠와 함께 미 테크 엘리트 집단에서 바이든을 지지하지 않도록 설득하고 있다고도 했다. WSJ는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강조하는 정책을 ‘깨어난 정신 바이러스(Woke mind virus)’이라고 부르며 정치적으로 우경화된 머스크와 트럼프가 서로 맞는 부분이 많았다”며 “두 사람은 특히 이민, 기술, 과학, 미 우주군 등에 대한 논의에서 의견이 일치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대선을 앞두고 실리콘밸리의 풍향계도 변하고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바이든 정부가 1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사람들에게 25%의 재산세를 부과하는 것을 제안한 만큼, 테크 거물들과 벤처캐피털리스트 들이 조용히 트럼프를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가 돈 세탁 등 34건의 범죄 혐의가 모두 유죄 판결을 받은 며칠 후, 참가비만 5만 달러에 달하는 샌프란시스코에 리셉션은 매진됐다. 링크드인의 공동 창립자이자 민주당의 대표적인 기부자인 리드 호프만은 “(실리콘밸리 중진들은)이 전에도 트럼프에게 투표한 인물이 많았지만, 이제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고 했다.

이와 함께 빅테크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내세운 바이든 정부에 대해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이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11일 포브스는 트럼프 캠프 내 중요한 테크계 기부자이자, 과거 바이든을 지지했던 제이콘 헬버그 스탠포드 지정학 및 기술 고문을 집중조명하며,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 및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모두 두터운 친분이 있는 헬버그는 바이든 정부의 틱톡 금지와 더 자유로운 인공지능(AI) 정책 등을 지지하며 트럼프의 중요한 모금자로 변모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