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모니터링 설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와탭랩스’의 이동인 대표가 지난 4일 IT 서비스의 서버 상태와 장애 여부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사 설루션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전기병 기자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모바일 산업이 급성장하기 시작하던 2012년, 모바일 메모 앱인 ‘메모지(Memozy)’가 등장했다. 개발자 출신 이동인(49) 대표가 만든 메모 앱은 사용이 쉽고 단순한 디자인으로 출시 이후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앱을 유료 서비스로 만들기 위해 밤낮으로 매달리던 중, 난관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찾아왔다. 갑자기 서버가 다운되면서 서비스가 먹통이 된 것이다. 이 대표가 그 사실을 하루가 지나서야 알게 되면서, 이용자들은 온종일 앱을 이용할 수 없었다. IT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서버 상태를 실시간으로 살필 수 있는 설루션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 순간이었다.

당시 시중에 나온 IT 모니터링 설루션은 데이터 수집을 위한 서버 설치에만 최소 1000만원이 들었다. 실시간 모바일로 서버 상태를 간편하게 살펴보기도 어려웠다. “차라리 우리가 서비스를 만들어 보자.” 이 대표는 그렇게 제2 창업에 나섰다. 2014년 모니터링 설루션 스타트업 ‘와탭랩스’가 탄생한 배경이다.

와탭랩스는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는 것을 넘어 실시간으로 장애의 원인을 분석하고,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으로 서비스 이상 징후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 지난 4일 만난 이 대표는 “와탭랩스는 고객사들이 서버, 앱, 데이터베이스 등의 종합 건강검진을 위해 찾는 곳”이라며 “장애 여부와 데이터 속도 등을 실시간으로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업체는 국내에서 와탭랩스밖에 없다”고 했다.

데이터 시스템의 장애를 미리 진단하고 분석하는 ‘IT 모니터링 설루션’은 최근 AI 혁명을 맞아 크게 주목받고 있다. 기업마다 AI와 클라우드 등을 도입하며 취급하는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그럴수록 시스템 장애의 가능성과 그로 인한 손실은 급증하기 때문이다.

그래픽=이진영

◇매년 두 자릿수 성장

기존 모니터링 설루션은 고객의 서버에 데이터 종류에 맞는 모니터링 서버를 각각 설치해 분석했다. 반면 와탭랩스 설루션은 고객의 데이터를 자사 데이터베이스로 가져온 뒤, 데이터 종류에 상관없이 한 번에 통합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검진에 비유하면 엑스레이 기기를 고객에게 납품하는 게 아니라, 고객이 찾아와서 종합 검진을 받는 것이다. 고객 입장에선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 대표는 “어떤 데이터가 들어오든 서비스 상태를 시계열(時系列)로 보여주는 것은 물론, 장애의 원인과 예측 등 전체 IT 인프라에 대한 24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고 했다.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는 만큼 고객이 개별적으로 데이터베이스와 모니터링을 위한 서버를 별도로 구축할 필요가 없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 ‘11번가’는 와탭랩스 설루션을 도입한 뒤 모니터링 서버를 없애면서 전체 서버 대수를 3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 대표는 “AI 데이터센터처럼 서버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되면서, 효율적인 IT 모니터링 설루션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와탭랩스는 국내 1000여 개의 기업·공공기관에 설루션을 제공하면서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5년 뒤 유니콘, 10년 뒤 데카콘

코로나는 와탭랩스의 기술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 팬데믹 때 와탭랩스는 백신 예방 접종 사전 예약 시스템 개선 작업에 참여해 실시간 성능 모니터링을 지원했다. 그 결과 백신 접종 예약이 시간당 30만 건에서 200만 건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었다.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시스템 장애를 잡아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글로벌 모니터링 서비스는 대부분 장애 발생에 대한 사후 분석을 제공하지만, 와탭랩스는 실시간으로 장애를 분석해 더욱 안정적인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고 했다. 와탭랩스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금융과 공공 부문을 넘어 보안 분야로 진출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 집중하던 와탭랩스는 이제 일본과 함께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서며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객이 클라우드를 통해 설루션을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대표는 “과거 B2B(기업 간 거래) 스타트업은 직원이 서비스 설치와 운영 등을 위해 직접 고객사를 찾아야 했지만, SaaS 도입 이후 모든 것이 원격으로 가능해졌다”면서 “그만큼 해외 진출 장벽이 낮아졌기 때문에 국내 B2B 스타트업에서도 글로벌 유니콘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