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용 그래픽처리장치(GPU)인 일명 ‘블랙웰’의 주문량을 당초 계획보다 25% 늘렸다고 15일 대만 연합보 등이 보도했다. AI 모델의 학습·추론에 사용되는 AI 가속기는 GPU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으로 구성된다. 전 세계 AI 가속기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주문량을 늘린 만큼, HBM 수요도 덩달아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엔비디아에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SK하이닉스가 물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어,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테스트를 통과한 이후 공급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타이베이 국립대만대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 기조연설에서 올 하반기 출시할 AI가속기 '블랙웰'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로이터 뉴스1

현재 엔비디아는 AI 가속기를 대만 TSMC에 맡겨 생산하고 있다. 블랙웰은 엔비디아가 지난 3월 공개한 차세대 AI 가속기용 칩이다. 현재 주력 AI 가속기용 칩보다 데이터 연산 속도가 2.5배 빠른 것이 특징이다. 이 칩은 전량 대만 TSMC가 4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미터 공정에서 생산한다. 3분기부터 양산에 들어가 연말 본격 출시 예정이다.아마존과 MS, 구글 등 빅테크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예상보다 많은 엔비디아 AI 가속기를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수요 증가는 국내 반도체 회사에도 긍정적이다. 이 AI 가속기에는 5세대 HBM(HBM3E)이 16개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AI 가속기(H100) 대비 HBM이 두 배 들어가는 셈이다. 현재 엔비디아에 대한 HBM3E 공급은 사실상 SK하이닉스가 전담한다. 현재 HBM 생산 능력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황에서 25%나 되는 추가 주문을 소화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HBM 공급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의 HBM 공급 없이는 주문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중 엔비디아 테스트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달에 HBM 개발팀을 신설하는 등 HBM D램 개발과 양산 역량 강화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