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그랜드센트럴 지하철역. /블룸버그

이번 ‘IT 블랙아웃’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곳도 있다. 중국·러시아처럼 IT 분야에서 미국 의존도가 낮은 국가나 상대적으로 디지털화가 덜 된 분야들이다.

미국 내에서도 전산망이 오래된 서비스들은 피해가 적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뉴욕·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주요 대도시의 대중교통망은 노후한 관리 시스템 때문에 오히려 큰 장애 없이 이번 사태를 넘겼다. 미국 내에서 대중교통망이 가장 큰 뉴욕시의 경우 도착 시간 알림 서비스가 일부 중단된 것을 제외하면 운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특히 뉴욕시 지하철은 만성적인 예산 부족 탓에 시설이 낡은 것으로 유명한데, 업데이트가 안 된 전산 시스템 덕분에 최신 소프트웨어가 일으킨 이번 사태 여파를 피해 갈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시 교통국도 이번 전산 장애 사태를 비켜 간 이유에 대해 “우리 메인 시스템은 인터넷망에 연결조차 안 돼 있다”고 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일 MS의 클라우드 오류에도 불구하고 중국 항공사와 공항, 금융기관 등 중국 인프라가 중단 없이 정상 작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많은 공항이 장애를 겪었지만 베이징과 상하이의 공항은 정상 운행됐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022년 9월 중국 국영기업을 감독하는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미국·유럽 등 해외 업체 소프트웨어를 중국 업체 제품으로 교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시 미국이 중국 기술 기업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와 제재를 강화하자 여기에 대응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실제 중국에선 알리바바·텐센트 같은 현지 업체가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약 70%를 장악하고 있는 반면, 아마존·MS·구글 등 ‘글로벌 빅3′ 클라우드에 대한 의존도는 다른 나라보다 낮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MS 등 서방 기업 기술을 대체하는 시스템을 이용해 이번 IT 대란의 타격을 거의 받지 않았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러시아 기업들은 지난 2~3년간 MS 서비스를 다른 상품으로 전환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상품은 2~3년 전부터 러시아 내에서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