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버린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 - 지난 19일 MS 클라우드 서비스 장애로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장에 있는 대형 전광판들이 꺼져 있다. 이날 전광판 화면에 하나둘씩 블루스크린 현상이 나타난 뒤 아예 꺼져 버렸다. /로이터뉴스1

지난 19일 발생한 사상 초유의 ‘IT 블랙아웃’ 사태는 주말 사이 어느 정도 수습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글로벌 테크 업계에선 이번 사태를 우리의 일상을 촘촘한 네트워크망 위에 구축한 ‘초연결 사회’의 위험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번에 ‘죽음의 블루스크린(BSOD)’ 현상을 일으킨 기기가 총 850만대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블루스크린’은 오류로 인해 PC 화면이 파랗게 변하는 것이다. 현재 MS의 운영체제(OS)인 ‘윈도’가 설치돼 있는 기기는 총 14억대. 이 중 1%에 못 미치는 PC에서 발생한 문제가 전 세계를 혼란에 빠트린 것이다. 추가 큰 혼란은 없지만, 취소된 항공편을 다시 예매하기 위해 각국 주요 공항에서 수천명이 긴 줄을 서고,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는 제때 출입국을 못 한 여행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며 20일까지도 수㎞에 달하는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테슬라의 미국 일부 공장도 생산 가동을 중단했고, 미국 일부 지역에선 은행 ATM기가 고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무엇이 문제였나

‘IT 블랙아웃’ 사태는 미국 대형 사이버 보안 업체 크라우드 스트라이크의 소프트웨어 ‘팰컨’을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클라우드(가상 서버)에서 인공지능(AI) 기술로 개별 기기(endpoint)에 대한 사이버 위협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소프트웨어다. PC 전체를 살피기 위해 OS에 접근할 수 있게 설계돼 있다. 그런데 업데이트 과정에서 MS 윈도를 작동시키는 코드와 충돌했다. 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에 연결된 PC에 결국 ‘죽음의 블루스크린’이 뜨게 됐다.

지난 19일 MS 클라우드 서비스 장애로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장에 있는 대형 전광판들이 꺼져 있다. 이날 전광판 화면에 하나둘씩 블루스크린 현상이 나타난 뒤 아예 꺼져 버렸다. /EPA 연합뉴스

기업들에서 PC가 다운되면서 다른 소프트웨어를 쓰지 못하게 돼 업무가 마비됐고, 클라우드에서 일어난 오류가 다른 소프트웨어에도 장애를 일으키는 현상이 벌어졌다. 디지털 전환이 잘되어 있는 산업일수록 타격이 컸던 것도 이 때문이다. 대표적인 업종이 항공 산업이다. 글로벌 저비용 항공사(LCC)들이 주로 사용하는 승객 서비스 시스템 ‘내비테어’는 문제가 생긴 MS의 애저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작동하는데, 이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항공권 예약 및 발권 업무가 올스톱됐다. 또 미국 델타·아메리칸 등 대형 항공사는 더 많은 비행기가 취소됐다. IT 매체 와이어드는 “대형 항공사는 주요 허브 공항을 중심으로 항공편과 승무원, 실시간 항공 스케줄 등의 정보를 자동화 시스템으로 집중 관리한다”며 “IT 시스템 한 곳에서 오류가 발생해도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 ‘초연결 사회’ 오류 불가피... ‘복구력’이 관건

사이버 보안을 몇몇 글로벌 빅테크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도 도마에 올랐다. ‘초연결 사회’의 핵심 인프라인 클라우드 서비스 등의 보안을 전적으로 일부 보안 업체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크라우드 스트라이크는 포천 500대 기업의 60% 이상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IT의 보안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은 업체가 문제의 원인이 된 사건”이라고 했다.

이번 사태로 ‘IT 복구력(resilience)’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IT 복구력’은 시스템 오류 후 빨리 정상화되는 것을 말한다. 시스템 오류와 외부의 사이버 공격 등으로 문제가 생기는 것을 완벽하게 막을 수 없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최대한 빠르게 회복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클라우드·보안 시스템 등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말고, 셧다운이 일어났을 때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백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부에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아마존과 MS 등 몇몇 빅테크가 과점하고 있는 클라우드 시장에 대한 각국 당국의 규제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죽음의 블루스크린

컴퓨터 화면이 갑자기 파랗게 변하며 ‘먹통’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치명적 오류가 생겼을 때 발생하며, 보통 ‘기기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안내 메시지가 같이 뜬다. 이 같은 ‘블루스크린’은 MS의 윈도 운영체제(OS)에서만 일어난다. 애플의 맥 OS에선 비슷한 현상을 ‘커널(kernel) 패닉’이라고 부르며, 검은 바탕에 시작 버튼 이미지와 함께 안내 메시지가 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