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 M16 전경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매출 16조4232억원, 영업이익 5조4685억원을 올렸다고 25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4.8% 올랐으며,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인공지능(AI) 붐으로 인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 수요 크게 늘면서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한 것이다. 시장 예상치도 상회한 실적이다. 에프엔가이드 증권사 평균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를 보면, 2분기 매출 16조1886억원 영업이익 5조192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SK하이닉스는 “HBM, 기업용 저장장치(eSSD) 등 AI 메모리 수요 강세와 함께 D램과 낸드 제품 전반적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며 1분기 대비 매출이 32% 증가했다”며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판매가 늘고 환율 효과도 더해지면서 2분기 영업이익률은 전분기보다 10%포인트 상승한 33%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HBM3E와 고용량 낸드가 주도

지난 3월 양산에 들어간 5세대 HBM(HBM3E) 8단 제품이 호실적을 주도했다. HBM 매출은 전분기 대비 8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250% 이상 늘었다. HBM3E는 2분기부터 판매량이 본격 늘어났으며, 올해 HBM 전체 출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회사는 밝혔다. 또한 SK하이닉스는 이날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3분기부터 HBM3E 12단 제품 양산에 들어가 4분기에는 고객에게 공급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HBM 주요 고객은 엔비디아다.

낸드는 eSSD와 모바일용 제품 위주로 판매가 늘었다. 특히 eSSD는 1분기보다 매출이 약 50%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전년 대비 eSSD 매출은 4배 늘어났으며, 올해 낸드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고 SK하이닉스는 밝혔다. 이어 회사는 “지난해 4분기부터 낸드 제품 전반에 걸쳐 평균판매단가(ASP, Average Selling Price) 상승세가 지속되며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하반기에도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지속 증가하는 가운데, 온디바이스 AI(인터넷 접속 없이 실행되는 AI)를 지원하는 새로운 PC와 모바일 제품들이 시장에 출시되며 여기에 들어가는 고성능 메모리 판매가 늘어나는 한편, 일반 메모리 제품 수요도 완연한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했다.

낸드에서도 회사는 수요가 커지고 있는 고용량 eSSD 판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60TB 제품으로 하반기 시장을 선도해 나가며 eSSD 매출은 지난해 대비 4배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eSSD를 제외한 나머지 시장은 아직수요가 제대로 올라오지 않아, 3분기 출하량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한자릿수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일반 D램 공급부족...가격 상승폭 커진다”

SK하이닉스는 지난 분기에 이어 이번에도 HBM과 고성능 D램 등 첨단 공정을 활용한 메모리 생산 능력 확대에 초점을 맞춘다는 전략 기조를 이어갔다. 이는 메모리 업계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트렌드로, 이 때문에 범용 D램이 공급이 부족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도 일단 “그렇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는 컨퍼런스콜에서 “내년에는 업계 투자 증가로 전체 생산능력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당수가 HBM을 위해 쓰이기 때문에 일반 D램은 공급이 타이트할 확률이 높다”고 했다.

더 나아가 D램 가격 상승폭이 커질것이며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분석도 내놨다. 회사는 “연간 단위로 가격이 결정되는 HBM과 달리 일반 D램은 분기별로 가격이 결정된다”며 “D램 수요 회복이 가속화하면 가격이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공장 확장도 착착...공급과잉 우려는 일축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얼마 전 착공한 청주 M15X를 내년 하반기 양산을 시작한다는 목표로 건설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회사는 현재 부지 공사가 한창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첫 번째 팹을 예정대로 내년 3월 착공해 2027년 5월 준공할 계획이다.

공급 과잉 우려에 대해서는 “기존 D램 달리 HBM은 구조가 달라 투자 증가=공급 과잉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HBM은 일반 D램보다 다이 사이즈가 2배 이상 크고, 수율이 낮아 생산 능력이 더 필요하다. 이 때문에 공장을 증설하더라도 물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HBM은 1년 이상 먼저 고객 주문을 받아 생산량을 결정하기 때문에 공장 증설이 공급 과잉으로 섣불리 이어지지 않는다고 SK하이닉스는 설명했다.

또한 SK하이닉스의 주요 고객인 엔비디아,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인 미국 빅테크들이 “과소 투자보단 과잉 투자가 낫다”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당분간 AI발 호황은 지속될 것이 유력하다.

SK하이닉스 김우현 부사장(CFO)은 “수익성 중심 투자 기조 하에 2분기 동안 필수 투자를 진행하면서도 회사는 1분기 대비 4조 3000억 원 규모의 차입금을 줄일 수 있었다”며,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최선단 공정 기술과 고성능 제품 개발에 매진해 AI 메모리 선도기업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