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디바이스설루션) 부문이 2분기 6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약 15조원 적자를 기록했던 DS 부문은 지난 1분기 1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둔 데 이어 2분기에도 실적을 큰 폭으로 개선했다. 인공지능(AI) 바람을 타고 수요가 급증한 고대역폭메모리(HBM)·DDR5 등 메모리가 실적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스마트폰, TV, 생활가전 등 반도체 외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원자재 값 상승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보다 다소 줄어들었다.

삼성전자는 31일 확정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 74조700억원, 영업이익 10조44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4%, 영업이익은 1462.3%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IT 시장이 회복되는 가운데 반도체 분야의 영업이익이 대폭 상승한 결과”라고 했다. 또 삼성전자는 2분기 역대 최대인 8조500억원의 연구개발(R&D)비를 집행했다.

그래픽=김현국

◇”3분기 HBM3E 양산”

삼성전자는 DS 부문에서 매출 28조5600억원과 영업이익 6조4500억원을 기록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부사장은 콘퍼런스콜(투자자 설명회)에서 “HBM 매출이 전 분기 대비 50% 중후반 수준 성장했다”며 “5세대 HBM3E는 3분기 중 양산할 예정”이라고 했다. 매출은 HBM3 이전 모델들에서 발생한 것으로, 현재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HBM3E를 납품하기 위한 테스트 절차를 밟고 있다. 김 부사장은 “(차세대 모델인) HBM4는 2025년 하반기 출하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라며 “복수 고객사와 협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메모리 외 시스템LSI(비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도 선전했지만 증권가에선 두 사업부가 약 5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의 5나노 이하 분야 고객 수가 2배 증가했다”며 “2025년에는 2나노 공정을 양산할 예정”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2022년 3분기 이후 대만 TSMC에 내준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2년 만에 다시 찾아왔다. TSMC의 지난 2분기 매출은 6735억1000만 대만달러(약 28조5000억원)다.

하지만 경쟁사 대비 수익성은 낮았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률은 22.6%로, SK하이닉스(33%)와 TSMC(42.5%)에 못 미쳤다. 일각에서는 “당분간 AI로 인한 메모리 수요 증가가 예상되지만 장기적인 추세로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주요 빅테크들의 AI 인프라 투자가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가전, 하락하는 영업익

모바일과 TV·가전 분야는 2분기 계절적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매출 실적에서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 사업(MX 부문)은 매출 27조3800억원으로 전년 동기(25조5500억원) 대비 8% 늘었다. 삼성전자가 올 초 출시한 최초의 AI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의 판매 호조가 이어지고 있는 덕이다. TV와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VD·가전 부문도 올 2분기 14조42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재료비와 부품가 상승, 마케팅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이 크게 하락하고 있는 건 숙제다. MX 부문과 VD·가전 부문의 영업이익은 각각 2조2300억원, 49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 34% 하락했다. 다니엘 아라우호 삼성전자 MX사업부 기획그룹장(상무)은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다소 하락했고 하반기에도 재고 및 재료비 상승 등의 요인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개발, 제조 등 효율화로 견조한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경래 삼성전자 VD사업부 영상전략마케팅팀장(상무)은 “TV 수요 성장과 대형화 추세로 하반기 전체 TV 시장 회복을 예상한다”며 “가전에서는 비스포크 AI 신제품의 글로벌 확산 등을 통해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