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DS 부문장). /뉴스1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전영현 부회장(DS 부문장)이 2분기 실적 발표 이튿날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보다는 시황이 좋아진 데 따른 것”이라며 “최고 반도체 기업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새로운 조직 문화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DS 부문에서 지난 2분기 매출 28조5600억원, 영업이익 6조45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6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둔 건 지난 2022년 2분기 이후 2년 만이다.

전 부회장은 1일 사내 게시판에 “최근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보다는 시황이 좋아진 데 따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썼다. 또 “DS 부문은 근원적 경쟁력 회복이라는 절박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근원적 경쟁력 회복 없이 시황에 의존하다 보면 또다시 (14조8800억원의 적자를 낸) 작년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원 포인트’ 인사로 취임한 전 부회장이 취임사 이외에 사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공식 메시지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처럼 삼성전자 반도체의 경쟁력이 약화된 원인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우선 “부서 및 구성원 간 소통의 벽이 생겨 공동의 목표를 위한 진정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현재를 모면하기 위해 문제를 숨기거나 회피하고 희망치와 의지만 반영된 비현실적인 계획을 보고하는 문화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리더 간, 부서 간 소통을 강화해 소통의 벽을 제거해야 한다”며 “특히 직급과 직책에 관계없이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인정하고 도전할 것은 도전해야 한다. 투명하게 드러내서 소통하는 반도체 고유의 치열한 토론 문화를 재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부회장은 ‘C.O.R.E’라는 이름의 새로운 조직 문화를 제시했다. 문제 해결과 조직 간 시너지를 위해 효과적으로 소통(Communicate)하고, 직급 및 직책과 무관한 치열한 토론으로 결론을 도출하고(Openly Discuss), 또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내어(Reveal)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철저하게 실행하는(Execute) 문화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전 부회장은 “현재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반도체 고유의 소통과 토론 문화가 축적된 연구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빠르게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부문장인 저부터 솔선수범하여 조속히 경쟁력을 회복하고 더 나은 경영 실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경영진 모두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 2024년 하반기를 DS 부문에 다시 없을 기회로 만들어 가자”고 했다.

전 부회장이 최근의 반도체 실적 개선에도 조직 내 긴장감을 주문한 것은 기술적으로 경쟁사를 앞서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에서 경쟁사에 뒤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 부회장 취임 후 HBM 전담팀을 새롭게 꾸미는 등 조직을 개편하고, 개발 로드맵을 원점에서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