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서울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앞에서 전국삼성전자노조(위원장 손우목) 집행부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기병 기자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1일 파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한 지 25일 만이다. 전삼노는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현 시점부터 5일까지 현업에 복귀해달라”며 “장기 플랜(계획)으로 전환해 게릴라 파업과 준법 투쟁으로 나갈 것”이라고 했다. 쟁의는 이어가겠지만, 집단적으로 업무를 거부하는 파업은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DS)이 주축인 전삼노는 지난달 8일 임금 인상과 성과급 체계 개편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종료의 가장 큰 이유는 조합원들의 임금 손실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삼노는 사측과의 교섭에서 현금 200만원에 해당하는 ‘200만 복지포인트’를 파업으로 인한 임금 손실 보전 명목으로 요구했으나, 사측이 노조법상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위배된다며 거부했다. 전삼노는 “조합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사측을 지속 압박할 투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실제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의 숫자가 줄어들며 동력이 떨어진 점도 파업 종료의 이유로 꼽힌다. 지난달 8일 화성사업장 정문 앞에서 벌인 총파업 결의대회에는 6500여 명(노조 추산)이 참석했지만, 이후 11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8인치 라인 건물 앞에서 벌인 집회에는 350여 명이 참여했다. 사흘 만에 거의 2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전삼노는 노조원에게 ‘회사에 파업 참여를 밝히지 말고, 무단결근을 하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임금 손실에 부담을 가진 조합원들의 파업 참여가 줄었다.

대표 교섭노조 지위가 얼마 남지 않은 점도 파업 종료의 이유 중 하나다. 전삼노의 대표 교섭노조 기간은 5일까지다. 현재 삼성전자에는 총 5개 노조가 있는데, 전삼노가 대표 교섭노조 지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제3노조인 ‘동행노조’가 전삼노의 파업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전삼노가 대표 노조의 지위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노사 간의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그동안 전삼노는 노사협의회에서 정한 5.1%보다 높은 조합원 5.6% 임금 인상과 성과급 산정 기준 개편 등을 요구했다. 사측도 노조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전삼노가 요구하는 파업 기간 임금 손실에 대한 보전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전삼노는 오는 5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앞으로 정치권 등과 연대해 쟁의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사측은 “원만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