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백형선
네이버 지도 유고 서비스 업데이트. /네이버

직장인 이모(37)씨가 요즘 가장 많이 쓰는 앱은 네이버 지도 앱이다.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때 ‘음식점’이란 키워드만 눌러도 지도 앱상에서 배달과 포장 주문이 가능한 주변 가게가 지도에 한눈으로 보인다. 여행 시 숙소 예약 및 결제는 물론 주변 렌터카 예약도 할 수 있다. 이씨는 “지도상에 보이는 가게의 할인 쿠폰도 다운받아 쓸 수 있다 보니 배달 앱과 다를 바 없다”며 “결제와 연동된 네이버페이 포인트 적립률이 최대 5%(멤버십 기준)에 달하는 건 덤”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목적지를 찾아주고 길을 안내해주던 지도 앱 서비스가 변신하고 있다. 이제는 주변 맛집 추천뿐 아니라 지하철 승하차 알림과 택시 호출 등 다양한 서비스와 연결되고 있다. 갈수록 더욱 정밀한 위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되면서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수퍼앱’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도, 올인원 플랫폼으로 변신

네이버는 검색 포털의 ‘네이버플레이스’ 정보를 지도 서비스에 노출시키며 ‘올인원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네이버플레이스는 음식점이나 숙박 업소 등 가게 위치와 영업시간, 주차장 유무 등 상세 정보를 검색하고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로, 소상공인들이 가게 홍보를 위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올리는 만큼 다른 플랫폼보다 더 빠르게 정보가 업데이트된다. 네이버는 이런 가게 정보에 실시간 예약·포장·배달 서비스까지 연동시키고 있다.

카카오맵 역시 지난해 말 음식 배달 플랫폼 ‘요기요’와 손잡고 지도 앱을 통해 가게 배달 주문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최근에는 ‘장소상세’ 서비스를 개편하며 생활 밀착형 플랫폼으로 나아가고 있다. 장소 상세는 카카오맵에서 특정 장소를 누르면 주소, 전화번호, 이용자 후기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로 주유소를 누르면 기름 값도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 밖에 지역별 맛집 순위를 제공하는 ‘트렌드 랭킹’ 등 지도 앱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운전 내비게이션 시장 점유율 1위 앱인 티맵은 ‘모빌리티 수퍼앱’에 주력하고 있다. 길안내, 주차, 대리, 전기차 충전 등 서비스에 공항버스 예약과 택시 호출 서비스 등 대중교통 서비스를 더해 운전자와 비운전자가 모두 티맵을 사용하게 한다는 것이다. 지난 6월에는 식당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과 협업해 티맵에서 길안내와 함께 식당을 예약할 수 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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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쌓일수록 서비스 다양

현재 지도앱 시장은 국내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4일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월 네이버지도가 월간활성이용자수(MAU) 2578만여 명을 기록하며 국내 지도·내비게이션 앱 중 가장 많은 이용자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티맵모빌리티가 운영하는 티맵의 월간 이용자는 1496만명, 카카오맵은 1074만명이었다. 글로벌 디지털 지도 서비스를 장악하고 있는 구글맵은 922만명에 그쳤다. 국가 안보로 인해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이 금지되면서 국내에 데이터센터가 없는 구글의 지도 서비스에 제한이 이어지고 때문이다. 구글맵이 국내에서 힘을 못 쓰면서, 국내 지도 앱들은 지리 정보 데이터에서 벗어나 일상에 필요한 서비스들을 하나씩 쌓아 올리며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이용자들의 데이터가 쌓일수록, 지도에서 볼 수 있는 서비스도 다양해지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020년부터 현 위치와 시간, 연령·성별 등 정보와 업체 인기도, 이용자 취향 등을 AI가 종합 분석해 주변에 가볼만 한 장소를 추천하는 스마트어라운드 서비스를 지도 앱에 탑재한 뒤 초거대 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 등 새로 개발한 기술을 통해 계속 고도화하고 있다.

카카오맵은 더욱 정교한 데이터 활용을 통해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건 2019년 제주에서 적용되기 시작해 이제는 울산, 춘천, 목포, 동해, 경기 일부 등 총 11개 지역으로 확대된 ‘초정밀 버스 위치 정보 서비스’다. 위성항법시스템을 활용해 버스의 위치 정보를 10cm 단위, 1초 간격으로 갱신해 알려준다. 이 밖에 전국 도시철도 1107개 역사에서 장애인 화장실과 수유 시설, 휠체어 리프트, 휠체어 충전 등 편의 시설 구비 여부를 안내해주고 쇼핑몰 등 국내 주요 복합상업시설 100여곳의 실내 지도를 제공하는 등 지도 정보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