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브리즈번에 사는 직장인 아멜리아(26)씨는 올 초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다가 한국 여행을 결심했다. 드라마 속 여배우의 화장법을 보면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한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 한국 여행 상품 전문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에서 개인 피부색에 맞춰 화장품을 추천해 주는 업체를 예약하고, 서울을 방문했다. 아멜리아씨는 “구글 검색을 통해선 색다른 한국 여행을 제대로 계획하기 힘들다”며 “진짜 한국을 체험하고 싶어 한국 여행 플랫폼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급증하면서, ‘인바운드 관광(한국 찾는 외국인 관광)’이 국내 여행사들의 주요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은 부킹닷컴·아고다·익스피디아 같은 해외 온라인 여행사를 통해 예약을 하고 여행 일정을 짰다. 최근엔 국내 여행 기업들이 내놓은 모바일 앱과 웹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국내 여행사들은 K팝이나 ‘치맥(치킨+맥주)’ 같은 한국의 트렌드를 접목한 서비스로 외국 여행객을 공략하고 있다. 그 동안 ‘아웃바운드 관광(해외 나가는 내국인 관광)’에만 집중하던 국내 여행사들도 이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경복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수문장 교대식을 관람하고 있다. 한류 콘텐츠가 글로벌 인기를 끌면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로 외국인 관광객 공략

인바운드 관광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곳은 IT 기반 여행 스타트업들이다. 여행 플랫폼 기업 ‘야놀자’는 올 3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인바운드 여행 앱 ‘트리플 코리아’를 출시했다. 일본어 버전을 먼저 내놨고, 최근엔 영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여행 일정 추천은 물론 인기 많은 국내 팝업스토어 행사 정보를 공유해주고, K팝 아이돌 국내 콘서트와 숙박을 연계한 패키지 상품을 제공한다. 야놀자 관계자는 “본격적인 여행 시즌인 지난 6월 가입자 수가 전월 대비 3배 늘었다”며 “특히 ‘플레이&스테이’라는 K팝 콘서트 상품과 호텔 및 액티비티(야외 활동) 묶음 상품은 대부분 매진될 정도로 인기”라고 말했다.

인바운드 관광 전문 여행사도 큰 인기다. 2016년 설립된 스타트업 ‘크리에이트립’은 치킨과 맥주를 배달시켜 먹고 신점(神占)과 사주를 보러 가는 등 한국인의 일상을 그대로 따라 하는 여행 상품을 적극 선보이며 외국인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 앱에서 올해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은 한국 음식은 치킨과 카페·디저트, 간장게장 순으로 나타났다. 크리에이트립 관계자는 “치킨 같은 경우 방문보다 배달 서비스를 더 애용하는 등 K콘텐츠 속 한국인처럼 즐기려는 외국인이 그만큼 많아졌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익숙한 구글 등을 활용해 외국인을 공략하기도 한다. 인바운드 여행 스타트업 ‘레드테이블’은 구글과 손잡고 구글 지도와 검색에 한국 맛집 소개와 식당 예약을 연동해 서비스 중이다. 야놀자 역시 지난달 말 구글 웹이나 구글 맵에서 야놀자 플랫폼이 제공하는 국내 객실 검색과 가격 비교, 예약 등을 한 번에 할 수 있게 연동시켰다.

그래픽=양인성

◇방문 외국인 국적도 다양화

여행 업계에선 국내 인바운드 관광 시장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 전망한다. 중국, 일본, 동남아 등 기존에 한국을 많이 찾았던 주변국 외에 점점 더 다양한 국가에서 한국을 찾기 시작한 덕분이다.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770만140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8% 늘었다. 이 중 아메리카와 유럽, 오세아니아 등 서구권 출신의 비율은 19.4%에 이른다. 크리에이트립 관계자는 “올 1분기 기준 서구권 방한 관광객의 거래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6배 가까이 늘었고 거래액도 7배 이상 느는 등 거래 성장률 1위를 차지했다”며 “거래액별 순위 역시 지난해 대만·홍콩·일본·서구권에서 올해는 대만·서구권·홍콩·일본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한국을 가장 많이 찾는 중국 관광객 여행 트렌드도 ‘유커’라는 단체 관광에서 개인 여행으로 변하며 국내 디지털·온라인 여행 서비스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트립닷컴’의 에디슨 천 부사장은 “중국인들은 해외여행 시 주로 나 홀로, 2~3일 단기 여행을 즐긴다”며 “방한 중국인은 일본·태국보다 (디지털 정보 검색에 친숙한) 젊은 층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