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 올거나이즈 대표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2016년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국을 보면서 글로벌 AI 기업을 창업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그가 2017년 창업한 AI 스타트업 올거나이즈가 개발한 업무용 AI 앱 서비스를 현재 한국·미국·일본의 300여 기업이 사용하고 있다. /조인원 기자

AI(인공 지능)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매출을 내며 내년 흑자 전환을 눈앞에 둔 스타트업이 있다. 챗GPT가 등장하기 5년 전인 2017년부터 기업용 AI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서비스하며 해외 시장에서 두각을 보인 AI 스타트업 ‘올거나이즈’다. 이창수(45) 올거나이즈 대표는 최근 본지와 만나 “우리 AI 서비스는 한·미·일 300여 기업과 기관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업무용 소프트웨어 ‘엑셀(Excel)’처럼 널리 쓰이고 있다”며 “덕분에 올해 매출액(70억원)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했고, 내년에는 흑자 달성을 전망한다”고 말했다.

올거나이즈는 고객사에 특화한 AI 앱 마켓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고객사 임직원들이 업무에 필요한 각종 AI 앱을 골라 쓸 수 있게 하는 ‘알리(All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창수 대표는 “앱 마켓에는 약 200개 앱이 있는데, 사내 문서 등 첨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챗봇이 각종 질문에 답해주는 전문화된 Q&A 검색 도구가 인기가 많다”며 “특히 금융기관은 관련 규제가 워낙 많고 복잡하다 보니 문서를 일일이 살피기 어려워 사내 앱을 많이 활용한다”고 했다. 복잡한 금융 상품 약관과 재무제표 등 여러 문서의 차이점을 비교하고 요약 정리해주는 앱도 올거나이즈의 주력 서비스에 포함된다. 이 대표는 고객 통화 및 회의록을 각 팀의 전문성 기준에 맞춰 요약 정리해주는 앱도 인기 앱으로 꼽았다.

그래픽=박상훈

올거나이즈는 고객사를 통해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다. 미국 오클라호마 주정부와 일본 정부 부처와 같은 해외 정부기관과 현대카드·KB증권·일본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 등 금융기관들이 모두 올거나이즈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정확한 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은 기술 검증 단계에서 AI 서비스가 환각 증상이 없는지 면밀히 검토한다”면서 “올거나이즈는 일찍부터 이런 환각 증상을 최소화하는 최적화에 집중해왔고, 이 부분에 대한 기술력은 다른 기업보다 최소 1~2년 정도 앞서 있다”고 말했다. 환각 증상은 생성형 AI 모델의 가장 대표적인 한계점으로, 언어 추론에 특화된 AI가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 답을 그럴듯하게 내놓는 것을 말한다. 올거나이즈는 AI에 산업별 특화 데이터를 사전 학습시키고, 새로 학습한 기업 데이터의 가중치 등을 세밀하게 조정하는 방식으로 환각 증상을 개선해왔다.

올거나이즈 고객사의 90% 이상은 해외 기업과 기관이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는 데는 이 대표의 이력도 역할을 했다. 그는 카이스트에서 컴퓨터공학 석사를 딴 뒤 SK텔레콤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게임용 데이터 분석 기업 ‘파이브락스’를 창업하고 4년 후 미국 모바일 광고 기업 탭조이에 회사를 500억원에 매각했다. 게임 개발과 데이터 분석 기업 창업으로 성공을 경험한 그는 탭조이 부사장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하다 현지에서 올거나이즈를 창업했다. 다양한 국적의 직원과 투자자를 동력으로 삼아 해외 고객사를 두루 확보했다. 이 대표는 “특히 일본 대기업은 한번 기술 신뢰를 쌓으면 계열사에 모두 전파하는 경향이 강해 고객을 빠르게 늘릴 수 있었다”며 “고객의 60%가 밀집한 일본으로 2022년에 올거나이즈 본사를 옮겼고, 내년 하반기 일본 증시 상장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