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한국으로 이사온 이든 카지(25)씨는 최근 갑작스러운 고열로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 하지만 한국어가 서툰 그는 병원을 찾는 것은 물론이고, 의사에게 자신의 증상을 설명할 수도 없어 막막했다. 걱정하던 그에게 지인이 다국어 의료 지원 앱을 소개했다. 이를 통해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는 “한국어를 모르면 직장, 비자, 의료 관련 업무부터 일상생활까지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이 급증하면서 이들의 정착을 도와주는 스타트업이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10년 만에 100만 명 이상 늘어나며 지난해 250만 명을 돌파했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일손 부족에 따른 외국인 채용과, 해외 결혼에 따른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면서 체류 외국인을 위한 서비스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박상훈

◇비자, 부동산 등 영역 다양화

외국인이 한국 체류를 위해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장벽이 비자 발급이다. 취업, 결혼, 유학 등 상황에 따라 270여 가지로 비자 종류가 다양해 외국인 입장에서는 어떤 비자를 어떻게 신청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난감한 상황에 놓인 외국인들의 비자 신청을 온라인으로 대행해주는 서비스를 스타트업 ‘케이비자’가 2년 전부터 시작했다.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로 서비스되며 이를 통해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이 5000여 명에 이른다. 이 회사는 다음 달부터는 외국인 등록증을 분석해 필요한 비자를 예측하고, 이에 맞춰 휴대폰 개통이나 부동산 구매 등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이상욱 케이비자 대표는 “외국인들은 온라인이나 지인에게서 들은 정보가 맞는지 불안해하면서도 출입국 사무소 방문은 부담스러워해 대행 서비스가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했다.

체류 외국인 겨냥한 서비스

몸이 아파도 한국어가 서툴러 병원을 찾지 못하는 국내 체류 외국인들을 도와주는 서비스도 있다. 디지털헬스케어 스타트업 ‘메디아크’는 지난해 11월부터 인공지능(AI) 다국어 의료 지원 서비스 ‘심토미’를 시작했다. 외국인이 자신의 모국어로 증상을 입력하면, AI가 증상을 분석해 연관된 질환, 진료 과목, 병원 위치 등을 알려주는 서비스다. 외국인이 작성한 사전 문진 결과는 의료 용어로 변환돼 의료진에게 전달된다. 현재 영어, 일본어, 베트남어 서비스를 운영 중이고, 올해 안에 아랍어, 몽골어 등을 추가할 예정이다. 이찬형 메디아크 대표는 “체류 외국인들이 의료 소외 계층으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서비스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며 “매달 약 500건의 진료 연계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스타트업 ‘집토스’는 외국인이 원하는 예산과 입주 날짜, 직장 위치 등을 고려해 부동산을 연결해주는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음식 배달 플랫폼 ‘셔틀딜리버리’는 서울, 평택, 대구 등 외국인 밀집 지역에서 ‘할랄’, ‘채식’, ‘아프리카’ 등 키워드별로 음식을 선택하고, 결제도 달러나 해외 카드로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체류 외국인 채용 플랫폼 확대

채용 시장에서도 체류 외국인들을 겨냥한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 외국인 고용 허가제가 확대되면서 일손 부족 문제를 외국인 고용으로 해결하려는 국내 기업들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채용 플랫폼 ‘잡코리아’는 지난달부터 외국인 채용 서비스 ‘클릭’을 시작했다. 근무 지역, 보유 비자, 가능한 언어 등에 따라 세부 채용 공고를 확인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영어와 중국어 등 28개 다국어 번역 기능을 제공해 외국인들이 모국어로 채용 공고를 살펴볼 수 있다.

정부도 외국인의 한국 체류를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내놓을 계획이다. 유학생이 구직과 거주 비자 등을 차례로 획득할 수 있도록 ‘비자 사다리’를 놓고, 이공계 유학생 선발을 장려해 ‘코리안 드림’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외국인 근로자 전용 기숙사를 짓는 등 외국인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국내 생산 가능 인구 감소에 경제 구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체류 외국인을 늘리려는 민관의 노력이 잇따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