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창립자 파벨 두로프. /인스타그램

메신저 텔레그램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가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로이터, CNN 등은 파벨 두로프가 이날 오후 파리 외곽 르부르제 공항에서 체포됐다고 프랑스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외신은 두로프가 개인 전용기를 타고 아제르바이잔에서 출발해 프랑스로 입국하던 중에 공항에서 체포영장을 받았다고 전했다.

프랑스 경찰은 텔레그램이 관리 미비로 관리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예비 조사 차원에서 체포 영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텔레그램에서 적절한 조치가 없었고 이 메신저는 그간 자금 세탁, 마약 거래, 소아성애 콘텐츠 유포 등에 쓰여왔다”고 했다.

특히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텔레그램은 전쟁 메시지를 전달하는 창구로 쓰이기도 했다. 로이터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을 둘러싸고 양측의 여과되지 않은 콘텐츠의 주요 공급원으로 쓰여왔다고 보도했다. 실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뿐 아니라 러시아 정부도 텔레그램을 활용해 뉴스를 전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출신 두로프는 2013년 이 메시징 앱을 만들었다. 텔레그램은 설립 초기 주로 암호화폐 커뮤니티로 사용돼오다 메시지가 암호화돼 비밀 대화가 가능하고 보안에 강력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세계적으로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현재 이 앱의 활성 사용자는 약 9억명으로 알려졌다.

앞서 두로프는 2007년 고향인 러시아에서 또다른 소셜미디어인 ‘브이콘탁테(Vkontakte)’를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러시아의 ‘마크 저커버그’라는 별명도 얻었다. 브이콘탁테는 2011년 러시아 총선과 대선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규탄하는 시위 정보가 확산되는 창구 역할을 했다. 2014년 러시아 정보기관이 사용자 데이터를 제출하라고 요구하자 이를 거부한 뒤 러시아를 떠나 두바이에 정착했다. 프랑스와 아랍에미리트 이중 국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포브스에 따르면 두로프는 155억 달러(약 21조 4200억 원)의 재산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최근 텔레그램을 통해 “100명이 넘는 생물학적 아이가 있다”고 고백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혼인 그가 정자 기증을 해온 것이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두로프는 지금까지 12개국의 수십 쌍의 부부에게 대량으로 정자를 기부해왔다. 그는 “정자를 기증하는 것이 시민적 의무 중 하나라고 느꼈다”며 “내 생물학적 자녀들이 서로를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DNA를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싶다. 물론 위험도 있지만, 기부자로 나선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