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게임사 게임사이언스가 개발한 ‘검은 신화:오공’의 한 장면. 지난 20일 출시된 이 게임은 출시 사흘 만에 1000만부를 돌파하며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다. /게임사이언스

중국 게임 ‘검은신화:오공’(이하 ‘오공’)이 출시 사흘 만에 1000만부 판매를 돌파하며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다. 중국 신화 ‘서유기’에 기반한 ‘오공’은 주인공이 근두운을 타고 다니며 여의봉과 분신술 등으로 적을 물리치며 나아가는 게임이다. 중국 신화를 소재로 한 게임이 세계적으로 성공한 것은 처음이다. PC는 물론, 게임기를 TV 등 디스플레이에 연결하는 콘솔 게임으로도 즐길 수 있다. 그동안 중국은 스마트폰으로 하는 모바일 게임에서는 강세를 보였지만, 상대적으로 개발 비용이 많이 들고 컴퓨터 그래픽 작업이 어려운 PC와 콘솔 게임에서는 약세였다. 하지만 이번 ‘오공’의 흥행으로 글로벌 게임 업계에서 중국 게임사들의 장악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김하경

◇’오공’ 신드롬

‘오공’을 개발한 중국 게임사 게임사이언스는 지난 23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지난 20일 출시한 ‘오공’의 판매가 저녁 9시 기준으로 모든 플랫폼에서 1000만부를 넘겼다”고 밝혔다. 세계에서 동시에 게임을 즐기는 사람 수를 나타내는 ‘동시 접속자 수’는 한때 300만명을 뛰어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오공’은 1000만부가 판매되는 데 83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면서 “게임 업계 사상 가장 빠른 1000만부 데뷔작”이라고 했다.

게임 업계에서는 ‘오공’의 성공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모바일 게임에서 강세를 보이던 중국 게임이 콘솔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콘솔 게임은 개발에만 10년 가까운 기간과 천문학적 비용이 들지만, 고품질의 그래픽을 이용해 대작 게임을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의 충성도가 높고, 캐릭터를 이용해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 일본의 ‘젤다’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오공’도 마케팅 비용을 제외한 개발비에만 최소 5600만달러(약 744억원)가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고품질 콘솔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블록버스터 영화를 제작하는 것에 비유될 정도로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면서 “‘오공’의 성공으로 침체된 글로벌 게임 산업에 반전의 기회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공의 성공에는 영화를 보는 듯한 그래픽과 세련된 캐릭터 디자인을 넘어 중국 신화에 대한 관심도 영향을 미쳤다. 서양 판타지에 지쳐 있던 글로벌 게임 이용자들이 불교와 유교, 도교 등 중국 문화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동양 판타지’에 호기심을 느낀 것이다. 여기에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중국 게임 커뮤니티에서 ‘오공’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내면서 ‘소문’을 타고 게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도 흥행에 일조했다. 호주 로열멜버른 공과대학 하이칭 위 교수는 BBC를 통해 “‘오공’은 단순히 중국 시장을 위한 게임이 아니라 글로벌을 겨냥해 중국 문화를 담은 게임”이라고 했다.

◇멀티플랫폼으로 진화한 콘솔

중국 게임사들은 ‘오공’을 시작으로 콘솔 게임 개발에 힘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플레이스테이션과 같은 실물 게임기가 있어야 콘솔 게임을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GPU의 성능이 개선되면서 PC에서도 같은 게임을 할 수 있는 ‘멀티플랫폼’ 생태계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글로벌 콘솔 게임 시장도 연평균 9.43% 상승하며 2029년 약 844억3200만달러(약 11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멀티플랫폼 전략으로 수익화 기회가 늘어난 만큼, 콘솔 게임이 정체된 모바일 게임 시장의 대안으로 빠르게 떠오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국내 개발사들도 콘솔 게임 흥행에 성공하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국내 상장한 시프트업의 ‘스텔라블레이드’는 출시 두 달 만에 매출 220억원을 올리며 국산 콘솔 게임의 흥행 가능성을 증명했다. 넥슨은 자사 대표 지식재산권(IP) ‘던전앤파이터’ 기반의 ‘퍼스트버서커:카잔’을 PC와 콘솔에서 즐길 수 있도록 준비 중이며, 엔씨소프트는 PC·콘솔 게임 ‘쓰론 앤 리버티(TL)’를 오는 10월 글로벌 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