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 사무실에서 유준선(35) 플루토랩스 대표가 손에 명왕성 모형을 들고 웃고 있다. 회사 이름 '플루토'는 명왕성의 영어 이름이다. 그는 "태양계의 맨 끝에 있는 명왕성처럼 남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변방에서 혁신적 사업을 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회사 이름을 지었다"고 말했다. /전기병 기자

연구를 할 때는 이미 나온 관련 논문을 찾아 보는 게 출발점이다. 흔히 쓰이는 ‘구글 학술 검색창’에서 키워드로 관련 논문을 검색할 수 있다. 하지만 주요 저널에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이나, 해당 분야 논문 실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전문가가 누군지 찾기 어렵다.

국내 스타트업 ‘플루토랩스’는 국내외 연구자들의 이런 고충을 해소해주기 위해 2018년 인공지능(AI) 기반의 학술 검색 서비스 ‘싸이냅스(Scinapse)’를 선보였다. 몇 가지 조건을 넣어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인용 건수가 가장 많은 논문과 가장 권위 있는 연구자를 찾아 결과물을 보여준다. 플루토랩스를 창업한 유준선(35) 대표는 “가장 앞선 기술과 과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연구 방식이 가장 뒤떨어져 있다는 생각에 이런 서비스를 만들었다”며 “게재된 학술지에 대한 평가, 연구자의 업적 등 세밀하게 논문을 분류하고 이를 AI에 학습시켜 이용자에게 정말 필요한 연구 논문만 최대한 간추려서 찾아준다”고 말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포스텍 산업경영학과를 다닌 유 대표는 학창시절 대학원생 친구의 연구 논문을 돕다가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당장 논문 출판의 중요한 검증 시스템인 ‘피어 리뷰(동료 평가)’가 대가 없는 무료 자원봉사로 이뤄지는데 다가, 기존 논문 검색 시스템으로는 논문 평가를 해줄 해당 분야 전문가마저 제대로 찾기 어렵다는 현실이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영향력 있는 논문과 전문가를 쉽게 찾기 위해 만든 싸이냅스는 출판 연도와 피인용지수 같은 기초적인 검색 필터를 넘어 연구자의 소속 국가나 기관, 저자 종류(주저자·교신저자·1저자 등), 선행 연구 여부 등 연구 맥락과 트렌드에 해당하는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AI 검색 알고리즘에 녹였다. 유 대표는 “2억건에 달하는 학술 데이터를 가려내는 과정에서 적절한 검증 절차를 밟지 않거나 금전적 이익만 노리는 약탈적 학술단체를 거르는 등 양질의 논문을 걸러내는 기술을 계속 고도화해왔다”고 말했다.

플루토랩스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부터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하버드대학 소속 연구자 등 전 세계 주요 연구기관 인사들은 싸이냅스를 통해 필요한 논문과 특정 분야 전문가를 찾고 있다. 학계에서 주로 쓰이고 홍보 활동도 한 적 없지만, 입소문만으로 월평균 활성 이용자 수가 14만명에 달한다. 이 중 해외 이용자 비율이 98%다.

플루토랩스는 서비스 영역을 확장 중이다. 학술 논문뿐 아니라 기업이나 기관 의뢰를 받아 특정 분야에 대한 연구 분석 보고서도 제공하고 있다. 의뢰인이 원하는 주제와 관련해 가장 적합한 연구 논문을 찾아내고, 이를 분석·정리하는 것이다. 유 대표는 “현재 해외 명품 기업과 싸이냅스를 통해 소재 연구 분석을 위한 기술 검증이 진행되고 있다”며 “포스코와 한국전력, SEB(테팔 모기업) 같은 기업과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뮌헨 대학 같은 기관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