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정부가 현재 자국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이 중국에 제공하고 있는 구형 장비의 유지보수 서비스까지 중단하는 추가 제재안을 추진한다. 딕 스호프 네덜란드 총리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추가 수출 제한 가능성에 대해) 현재 논의 중이며 ASML의 경제적 이익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ASML /로이터 연합뉴스

스마트폰 AP(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 등 첨단 칩을 만드는데 꼭 필요한 극자외선 노광장비(EUV) 수입이 막힌 중국은 ASML의 구형 노광장비(DUV)를 여러번 돌려 칩을 생산하는 ‘이가 없으면 잇몸’ 전략을 쓰고 있다. 이를 막으려는 미국의 끊임없는 압박 끝에 결국 네덜란드 정부가 동참하게 된 것이다. 블룸버그는 “세계적 수준의 반도체 산업을 키우려는 중국에 뼈아픈 타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ASML, 구형 장비 유지보수 제재 동참”

ASML은 반도체 미세회로를 그려넣는 노광장비를 판매하는 회사다. 현재 첨단인 EUV 장비는 중국 수출과 유지보수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장비를 수출하면 유지보수 계약이 함께 이뤄지는데, 이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현재 ASML은 연말까지 SMIC 등 중국 내 반도체 제조사에 DUV 장비 유지보수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라이센스를 갖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ASML이 이 라이센스를 내년에는 연장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미국의 추가 제재에 동참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미국, 일본 등 동맹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 동참을 꾸준히 압박해왔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같은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은 일찌감치 수출금지와 서비스 제공 금지에 동참해 중국 시장에서 발을 뺐다. 하지만 ASML, 도쿄일렉트론 등 동맹국 기업들은 난색을 표하며 일부만 동참해왔다.

계속되는 압박에 ASML은 올해 들어 구형 노광 장비 수출 제재에 동참했다. 이후 중국에는 주로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구형 키트 형식의 제품을 수출해왔다. 이제 장비의 유지보수도 연말까지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ASML의 인력들이 중국 고객사 공장에 상주하며 유지보수를 돕고 있다.

반면, 중국 매출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는 ASML은 제재 동참으로 타격이 불가피하다. 올해 특히 중국 기업들이 추가 제재 전에 ASML 구형 장비 사재기에 나서면서 2분기까지 ASML 중국 매출 비중이 절반까지 올라오는 등 ‘반짝 특수’를 보기도 했다.

스호프 총리는 “ASML은 네덜란드에 매우 중요한 기업이고 혁신적인 산업이다”라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피해를 입어선 안된다”고 했다.

◇중국, 반도체 장비 수입액 사상 최대치∙∙∙자립 안간힘

반도체 굴기 위한 중국의 반도체 장비 투자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 해관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중국의 반도체 장비 수입은 260억달러로 역대 최대 수치다. ASML는 지난 7월 대중국 수출액이 20억달러를 넘으면서 역대 두번째로 높은 액수 기록했다. 이는 추가 제재를 앞둔 중국 기업들의 사재기성 구매라는 분석이다. 다만 ASML이 미국의 추가 반도체 제재에 동참한다면, 올 여름 급하게 수입한 장비들은 내년부터 제대로 가동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화웨이 어센드910 /화웨이

현재 중국 내에서는 화웨이가 스마트폰용 첨단 AP를 설계하면, 중국 대표 파운드리인 SMIC가 구형 DUV를 활용해 생산한다. 최신 EUV 장비로 한 번에 그려낼 수 있는 회로도를 구형 장비로 여러번 그리는 방식으로 만드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DUV로도 생산은 가능하지만, 공정이 훨씬 길어지고 수율도 그만큼 떨어지는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한편 중국은 기술 자립을 위해 투자도 끊임없이 늘리고 있다. 화웨이 제재가 본격화한 2019년 반도체 투자기금 2기를 조성해 5년간 8166억위안(약 153조2200억원)을 투자했고, 올해 3기를 시작해 5년간 1조5000억위안(약 281조4450억원) 투자 하기로 결정했다. 지금 선진국과 5년 뒤처진 첨단 칩 제조 분야 격차를 좁히는 것이 목표다. 현재 TSMC와 삼성은 3나노 상용화에 들어갔는데, 중국은 7나노 수준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