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기술주, 이른바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로고. / 로이터 연합뉴스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국내 실적은 ‘깜깜이’다. 구글 검색과 유튜브 등을 운영하는 구글코리아가 공시한 작년 매출은 3653억원, 법인세는 155억원이다. 현재 국내 이용자가 4600만명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터무니없이 적다는 지적이다. 실제 플랫폼 이용 시간과 광고 검색 등을 토대로 산출하면, 실제 매출은 이보다 30배 이상 많다는 전문가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양대 강형구(경영학) 교수와 가천대 전성민 교수(경영학)가 4일 열리는 한국재무관리학회에서 발표할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코리아는 지난해 최대 12조1350억원의 매출을 낸 것으로 추산됐다. 구글이 공개한 경제 효과 보고서를 토대로 한국 내 시장 점유율과 광고가 붙은 검색 비율, 검색당 광고 개수, 평균 클릭률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다. 지난 4월 공시한 감사보고서의 매출액 3653억원의 33배에 이른다. 약 12조원 매출로 따지면, 내야 하는 법인세는 최대 5180억원이다. 하지만 실제 구글코리아가 국내에 낸 법인세는 33분의 1인 155억원에 불과하다.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매출 9조6706억원)보다 더 큰 돈을 벌고 있지만, 세금 납부 규모는 네이버(4963억원)의 3% 수준이다.

그래픽=박상훈

강 교수 등은 이번 연구보고서에서 국내 1위 플랫폼인 유튜브의 매출도 별도로 산출했다. 이에 따르면 유튜브 구독 멤버십으로만 한국에서 8억5300만달러(약 1조1400억원) 이상을 벌었고, 유튜브 광고 등이 포함된 비검색 광고 매출은 최대 28억6300만달러(약 3조8400억원)로 추산됐다. 구글코리아는 이런 실적 수치의 차이에 대해 별다른 설명조차 하지 않는다. 강형구 교수는 “해외 플랫폼이 압도적 자본력과 기술력으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그에 따른 책임은 다하지 않는다”고 했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국내 ‘깜깜이 실적’은 구글코리아만의 일은 아니다. 페이스북코리아 역시 국내 수입의 대부분을 ‘광고 매입 비용’이라는 항목으로 미국 본사에 보내 법인세 규모를 줄이고 있다. 감사보고서에선 지난해 651억원의 매출을 내고 51억원을 법인세로 냈다고 밝혔지만, 추산된 매출과 법인세 규모는 각각 1조1934억원과 50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성민 교수는 “조세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해외 본사에 비용을 지급한다는 명목으로 매출 원가를 높이고 영업이익률을 낮추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