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 5월 14일(현지 시각)워싱턴 백악관 제임스 브래디 기자회견장에서 이야기하고 있다./AP 연합뉴스

구글 같은 해외 플랫폼 기업들이 국내 규제에 직면할 때면 여지없이 등장하는 지원군이 있다. 미국 정부와 재계 단체다. 2020년 한국은 구글·애플의 ‘인앱 결제(앱에서 유료 결제 시 자신의 앱 장터를 통해서만 결제하는 방식) 강제’를 금지하는 법안을 세계 최초로 추진했다. 그러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직접 나섰다. USTR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충돌한다’며 통상 마찰 가능성을 제기하고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미 의회에 제출한 무역 장벽 보고서에선 “한국의 법이 새로운 ‘디지털 무역 장벽’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의회가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앱 결제 강제 금지법’을 발의한 때였다.

미국 정부가 자국과 한국에 대해 이중적 태도를 취한 배경에 구글과 애플의 로비가 있다는 분석이 당시 제기됐다. 당시 뉴욕타임스와 블룸버그 같은 매체들은 “(구글과 애플의) 로비 그룹이 바이든 행정부에 한국의 인앱 결제 강제 금지법 통과를 막아달라며 막판 로비에 힘을 쏟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법은 이듬해 우리 국회를 통과했다.

USTR은 한국 국회에 계류 중인 망 사용료(거대 플랫폼이 인터넷망 이용 대가로 통신사에 내는 비용) 관련 법안들에 대해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반(反)경쟁적’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구글은 국내 통신망 트래픽의 약 30%를 차지하면서 다른 기업과 달리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간혹 미 정부 관계자와 양국 현안 논의라는 이름으로 이야기를 하다 미국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말을 들을 때가 있다”며 “미국이 국제 통상 관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것을 감안하면, 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흘려들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재계 단체들은 거대 플랫폼 기업의 이익 대변 창구 역할을 한다. 미국상공회의소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공정 경쟁 촉진법’ 제정을 추진하자 올해 초 “외국 기업들을 멋대로 표적 삼아 무역에 관한 약속을 위반하는 심각한 결함을 지녔다”며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와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 역시 이에 동조했다. 정작 공정위가 올 초 암참과 함께 해외 플랫폼 기업들의 의견 청취를 위한 간담회를 열었을 때는 구글과 애플, 메타가 모두 불참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미국의 민간 단체들이 콘퍼런스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자국 기업의 이익을 공개적으로 대변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