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10일 아이폰16 시리즈와 새 웨어러블 제품들을 공개했다.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 애플 본사에서 열린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아이폰16 시리즈를 만져보고 있다. 아이폰16은 애플의 첫 내장형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됐다. /EPA 연합뉴스

애플이 내장형 인공지능(온디바이스 AI) 기능을 지원하는 신제품 ‘아이폰16′을 공개했다. 올 초 삼성전자가 갤럭시 S24에 온디바이스 AI를 선보인 데 이어 애플 아이폰도 이 기능을 도입하면서 ‘AI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개인의 정보와 일상이 가장 많이 담겨있는 스마트폰에 생성형 AI가 접목되면서, 앞으로 더욱 이용자에게 특화된 생활 밀착형 AI 서비스를 선보이려는 테크 기업 간 경쟁이 격화할 전망이다.

애플의 온디바이스 AI는 아이폰에 저장된 사용자의 메일, 통화 기록, 메시지 등을 토대로 일정을 제안하고 통화 내용과 메일을 자동 요약해주는 등 ‘AI 비서’ 역할을 한다. ‘애플 인텔리전스’로 이름 붙인 이 기능은 다음 달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한국 이용자들이 이 기능을 편리하고 완벽하게 쓰기 위해선 2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애플이 발표한 사용 언어별 ‘애플 인텔리전스’ 출시 일정에 한국어 버전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어 전용 ‘애플 인텔리전스’를 다음 달 내놓는 애플은 내년 초에는 일본어·중국어·프랑스어 등 외국어 버전을 배포한다고 밝힌 상태다. 한국어 버전 발표 일정은 미정이다. 한글로 이 기능을 쓸 수 없는 국내 사용자들에게는 애플 신제품이 ‘반쪽짜리 AI폰’ ‘무늬만 AI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김하경

◇애플 첫 AI폰, 고성능 칩·카메라 탑재

이번 아이폰 신작의 핵심은 AI와 카메라 기능이다. 앞서 지난 6월 애플이 밝힌 대로 ‘애플 인텔리전스’로 AI 기반 텍스트 작성 및 교정, 전화 녹음·요약, 챗GPT가 접목된 검색 등을 할 수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아이폰16 시리즈는 처음부터 AI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했다. 애플은 매끄러운 AI 구동을 위해 하드웨어 성능도 향상시켰다. 이를 위해 아이폰16 시리즈에는 TSMC의 2세대 3나노 공정에서 제조된 A18 칩이 탑재됐다. 그동안 애플은 프로 시리즈에만 최신 칩을 넣는 전략을 써왔는데, 이번에는 고성능 칩이 필요한 생성형 AI 특성을 고려해 일반 아이폰에도 최신 칩을 넣은 것이다. 애플은 “대규모 생성형 모델에 맞게 최적화됐고, (아이폰15에 들어간) A16 칩 대비 최대 2배 빠른 속도로 머신러닝 모델을 구동한다”고 했다.

애플의 주력 신제품 ‘아이폰16 프로’에는 5배 줌 망원 카메라와 4800만 화소 광각 카메라 등 3개 후면 렌즈가 탑재됐다. 전작에는 3배 줌 망원, 1200만 화소 광각 카메라가 들어갔는데, 성능을 대폭 끌어올린 것이다. 또한 이번 아이폰 모든 제품에는 측면에 ‘카메라 전용 버튼’(카메라 컨트롤)을 새로 넣었다. 사진 촬영 때 화면을 터치하지 않고도 이 버튼을 눌러 찍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는 것처럼 손맛을 살리기 위한 기능도 들어갔다. 예컨대 반셔터를 누르듯 버튼을 살짝 누르면 초점과 노출이 자동으로 고정되고, 꾹 누르면 촬영이 되는 식이다. 손가락으로 버튼을 쓸어주면 줌뿐 아니라 심도 같은 상세 기능도 조절할 수 있다.

또한 애플은 애플워치, 에어팟 등 웨어러블 기기 신작도 공개했다. 3년 만에 새 제품이 나온 에어팟은 그동안 프로 라인업에만 들어가던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소음 감소) 기능을 일반 라인업에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그래픽=김하경

◇한국선 ‘반쪽짜리 AI폰’

아이폰16 시리즈는 오는 13일부터 사전 주문이 시작되고 20일부터 매장에서 본격 판매된다. 애플은 첫 온디바이스 AI폰에 대한 시장 기대감을 고려해 전년보다 10% 늘린 9000만대가량을 출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는 아이폰 출시 이후 최초로 한국이 1차 출시 국가에 포함됐다. 2009년 국내에 처음 아이폰이 출시된 지 15년 만이다. 또한 애플은 그동안 지원하지 않던 분실 제품 찾기 기능을 내년 한국에 도입한다.

하지만 애플 인텔리전스의 한국어 버전 도입이 빨라야 2년 뒤로 예상되면서 한국이 처음으로 ‘1차 출시국’에 포함됐다는 의미가 퇴색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비서’를 표방하는 기능을 한국어로 사용하지 못한다면, ‘무늬만 AI폰’인 셈이란 것이다. 일각에서는 생성형 AI 도입에 뒤처졌던 애플이 급하게 이 기능을 준비하느라 영어 버전만 급하게 개발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애플 주요 시장인 중국마저 내년에야 중국어로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쓸 수 있게 되자, 올해 아이폰16 시리즈 판매량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애플 인텔리전스가 아이폰 신제품 구매를 유도할 만큼 매력적이진 않다”며 “언어별 출시 시기가 달라 당장 매출 수퍼사이클이 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