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부터 5일간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4 참가 기업들은 앞다퉈 친환경, 에너지 고효율 가전제품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에너지 효율 최고 등급(A)보다 전력을 덜 먹는 가전을 선보였다. /삼성전자

지난 6일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5일간 열린 유럽 최대 가전 박람회 IFA 2024에 참가한 글로벌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친환경’을 내세웠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는 무더위에도 에어컨을 최대한 안 틀고 버틸 정도로 소비자들이 에너지 효율에 민감하다. 수년 전부터 에너지 위기로 전력 가격이 상승한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까지 겹치면서 전력 가격이 급상승했다. 이 때문에 유럽 에너지 소비 효율 최고 등급 ‘A’보다도 더 효율이 높은 제품들이 전시장에 가득했다. 오래 전부터 에너지 효율을 강조해온 독일 업체들과 삼성전자, LG전자는 물론 중국 업체들도 에너지 초고효율 제품을 앞세웠다.

◇에너지, A등급보다 더 줄여라

삼성전자는 유럽 에너지 규격 기준 중 최고 등급(A등급)보다 55% 추가로 에너지를 절감한 ‘비스포크 AI 세탁기’와 스마트홈 AI 시스템과 연계해 전기 사용을 줄여주는 ‘AI 절약 모드’를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베를린을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쾰른, 뮌헨 등 독일 전역에서 삼성 스마트싱스를 체험할 수 있는 ‘이동형 스마트홈’을 운영한다. 가정집처럼 꾸민 이동형 스마트홈에서 가전 전원을 켜거나 에너지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는 ‘에너지 세이빙’을 체험할 수 있게 했다.

LG전자가 IFA에서 선보인 LG 드럼 세탁기 신제품은 유럽의 가장 높은 에너지 효율 등급인 A보다 약 55% 효율이 더 높다. 제품에 탑재된 ‘인공지능(AI) DD모터’는 세탁물이 서로 엉키지 않도록 최적 동작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인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냉장고 신제품도 최고 에너지 등급인 A보다 25% 정도 뛰어난 효율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고 밝혔다.

LG전자도 A 등급보다 전력 효율이 55% 높은 세탁기를 공개했다. /LG전자

독일의 아에게(AEG)는 오븐 잔열까지 알뜰하게 활용했다. 아에게가 선보인 AI 주방 보조 앱은 사용자에게 레시피를 추천할 뿐만 아니라 오븐 설정을 최적화해 요리한다. 토마스 가드너 아에게 제품 디자인 책임자는 “에너지 사용을 기존보다 최대 50%까지 절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업체들도 A등급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A- 등급 제품을 선보였다. 하이얼은 식기세척기 에너지 효율이 A-30%(A등급보다 30% 높은 효율)에서 A-40%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냉장고는 전 라인업이 A-20%를 획득했다.

그래픽=이진영

◇재활용 제품도 눈길

IFA에서는 늘어나는 전자기기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폐가전 속 부품을 재활용하거나 쓰던 물건을 손을 봐서 다시 판매하는 업체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매년 방출되는 전자폐기물 중 재활용되는 양은 4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 재활용 가전을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독일 가전 명가 밀레는 재활용 재료로 가전제품을 만들고 손상된 부품을 회수해 고쳐 재판매하는 프로그램과 재활용 공정을 통해 생산된 제품을 사용하고 이후에도 재활용이 가능한 ‘순환형 진공 청소기’를 소개했다. 플라스틱 혼합물 대신 단일 재료를, 접착제 대신 플러그와 나사를, 금속 부품은 그린 알루미늄을 사용했다. 냉동고로 잘 알려져 있는 독일 가전업체 립헬은 IFA 2024 개막을 하루 앞둔 5일 신제품을 공개하며 ‘환경’을 강조했다. 보통 제품 간담회에서 성능을 강조하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립헬의 새 냉동고는 도어와 사이드 패널에 100% 재활용 강철을 썼다. 립헬 관계자는 “이번 신제품은 수리가 쉬워 오래 쓸 수 있다”며 “재활용 강철로 냉동고를 제조하면 일반 강철로 만들 때보다 80%나 적은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