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서버에 쓸 수 있는 1테라비트(Tb·1기가바이트의 125배) 용량의 QLC 9세대 V낸드를 업계 최초로 양산했다고 12일 밝혔다. 낸드는 데이터 저장용으로 쓰는 메모리 반도체로, 이를 수직으로 쌓은 것을 V낸드라고 한다. 여기에 하나의 셀(데이터를 저장하는 곳)에 4비트까지 담을 수 있는 게 QLC 구조다.

이번 제품은 앞선 세대 낸드플래시 제품보다 데이터 쓰기 속도는 두 배 빨라졌고, 소비 전력은 최대 50% 감소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AI 학습용 SSD(대용량 저장장치) 수요가 폭증하는 만큼, 고용량 고성능 낸드 시장에서 우위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1테라비트(Tb) 쿼드레벨셀(QLC) 9세대 V낸드 양산을 시작했다고 12일 밝혔다.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 4월 TLC(셀당 3비트 저장) 9세대 V낸드를 최초 양산한 데 이어 QLC 제품까지 최초로 시장에 선보였다. 대만 트렌드포스는 올해 낸드플래시 출하량의 20%를 QLC 낸드가 차지하고, 내년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AI 데이터센터를 앞다퉈 짓는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고성능·고용량 저장장치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늘고 있기 때문이다.

V낸드의 성능은 메모리를 수직으로 얼마나 잘 쌓느냐에 달려 있다. 단수가 높을수록 같은 면적에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이번 9세대 V낸드는 데이터를 기록하는 셀의 상태 변화를 예측해 불필요한 동작을 최소화하는 ‘예측 프로그램 기술’이 쓰였다. 이를 통해 이전 세대 제품 대비 데이터 쓰기 성능은 100%, 입출력 속도는 60% 개선했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또 저전력 설계 기술을 통해 데이터 읽기·쓰기 소비 전력도 각각 30%, 50% 줄였다. 허성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9세대 TLC 낸드 양산 4개월 만에 QLC V낸드 또한 양산에 성공함으로써 AI용 고성능, 고용량 SSD 시장이 요구하는 최신 라인업을 모두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