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오픈AI가 추론 능력이 크게 향상된 새 챗GPT ‘o1(오원)’을 13일 공개했다. 생성형 AI의 약점으로 꼽혀온 수학 문제 풀이 등 추론 영역의 성능이 크게 좋아졌다고 오픈AI는 밝혔다. 생성형 AI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대답을 하는 데 뛰어난 ‘암기왕’이다. 하지만 학습하지 않은, 예컨대 새로운 수학 문제는 제대로 풀지 못했다. 수학의 경우도 이미 배운 ‘기출 문제’에는 답을 내놓지만, 새로운 해법이 필요한 고난도의 수학 문제에는 약했다. 이번에 나온 오원은 여러 단계의 추론이 필요한 풀이 과정에서 실수를 하면 다시 바로잡으며 정답을 찾아 나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간처럼 인지하고 사고하는 범용 AI(AGI) 발전에서 큰 진전을 이룬 것”이라고 했다.

오픈 AI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오픈AI, 수학 잘 푸는 새 모델 공개

‘o1′은 그동안 오픈AI가 ‘스트로베리’라는 코드명으로 개발해온 AI 모델이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인 생성형 AI는 특성상 가장 확률이 높고 그럴듯한 답을 제시하는데, 정확한 답을 내야 하는 수학 영역에서 약점을 보였다. 오픈AI의 직전 모델인 GPT-4o(포오)도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 예선 시험 문제 풀이 정답률이 13%였다. 이번에 출시된 ‘o1′은 이를 83%까지 끌어올렸다. 오픈AI는 “물리학자들이 복잡한 수학 공식을 만들고 의료 연구자들의 실험을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속도는 다소 느리다. 단계적인 추론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픽=송윤혜

또 ‘o1′ 개발 과정에서 생성형 AI가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딥러닝)하고 결과를 내놓는 과정을 이해하는 실마리도 찾았다. 지금까지 생성형 AI가 어떻게 내부에서 작동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를 ‘AI의 블랙박스 문제’라고 하는데,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번 새 GPT 버전이 추론을 하는 과정에서 이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는 것이다. 미라 무라티 오픈AI 최고기술책임자는 “우리는 모델의 생각 과정을 볼 수 있었다”며 “AI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FT에 말했다. 요슈아 벤지오 캐나다 몬트리올대 교수 등 AI 권위자들도 팩트(사실)를 조합해서 논거를 만들고, 결론에 도달하는 추론 영역이 AI가 범용 AI로 나아가기 위해 가장 큰 장애물로 보고 있다. 최근 오픈AI뿐 아니라 구글, 앤스러픽 등 생성형 AI 개발사들도 추론을 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챗GPT o1 프리뷰

◇투자 유치에도 탄력받을 듯

새 GPT인 ‘o1′은 유료 이용자를 대상으로 13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챗GPT 앱 내에서 ‘o1′과 속도가 좀 더 빠르지만 텍스트로만 답하는 ‘o1 미니’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이날 오픈AI는 한국어를 예시로 추론 능력을 뽐내기도 했다. 그동안 번역기가 인식하지 못했던 한국어 문장을 영어로 번역하는 모습을 공개한 것이다.

“직우상 얻떤 번역깃돋 일끌 슈 없쥐많 한국인듦은 쉽게 앗랍볼 수 있는 한끌의 암혼화 방펍잇 잊다”(지구상 어떤 번역기도 읽을 수 없지만 한국인들은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한글의 암호화 방법이 있다)라는 문장을 “No Translator on Earth can do this, but Koreans can easily recognize it”이라고 번역했다. 언어 추론 능력도 그만큼 좋아진 것이다.

오픈AI는 추론 능력을 대폭 업그레이드하고, GPT5 등 차기 언어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 유치에 나섰다. 이번 ‘o1′ 발표가 투자 유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오픈AI가 1500억달러(약 200조원) 규모의 기업 가치로 65억달러를 모금하기 위한 투자 협상 중”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