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엔비디아의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을 허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동안 미 정부는 제3국을 통해 중국으로 첨단 AI 반도체가 흘러갈 수 있다는 이유로 사우디를 포함한 40국에 수출 통제를 해왔다.

이날 미국 온라인 매체 세마포어는 소식통을 인용해 “10일부터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글로벌 AI 서밋(GAIN)에서 엔비디아 AI 칩의 중동 수출이 비공식적으로 논의됐다”고 전했다. 사우디의 정부 관계자와 데이터·AI 기관 관계자들은 엔비디아의 칩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의 보안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을 미국 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AI 기술 발전을 억제하기 위해 강력한 AI 반도체 수출 통제를 시행 중이다. 엔비디아 첨단 AI 칩의 대중 수출을 금지할 뿐 아니라, 사우디 등 중동 국가를 포함한 40여개국에 판매할 때도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들 국가에 판매한 AI 칩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갈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우디 정부는 엔비디아의 ‘H200′ 구매를 원하고 있다. 이는 오픈AI의 최신 AI 모델인 ‘GPT-4o(포오)’ 훈련에 사용된 칩이다. 다만 세마포어는 “사우디는 엔비디아의 AI 칩을 구매하기 위해 중국 기업과의 관계를 일부 제한하면서, 미국이 AI 칩 수출 통제를 풀지 않을 것에 대비해 중국에도 계속 문을 열어두었다”고 했다. 사우디 수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11일 엔비디아의 주가는 8.15% 올랐다.

한편 이날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골드만삭스 주최 테크 콘퍼런스에 기조 연설자로 나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에도 칩 생산을 맡길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날 황 CEO는 대만 TSMC에 칩 생산을 전적으로 의존하는 이유에 대해 “TSMC가 동종 업계 최고이기 때문”이라고 하면서도 “필요하다면 언제든 다른 업체를 이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특정 업체명을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업계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업체는 TSMC 이외에는 삼성전자밖에 없다. 황 CEO는 또 “AI 칩 구매를 원하는 기업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하다”며 “차세대 AI 칩인 ‘블랙웰’에 대한 수요가 매우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