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태평양 본부에서 아시아 지역 사업개발을 담당하는 최크리 디렉터가 지난 8월 서울 광화문 인근 MS 한국오피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장련성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인공지능(AI) 시대 가장 효과적인 투자를 한 빅테크로 꼽힌다. MS는 AI 기술 개발과 투자에서 앞서 있던 구글에 대항하기 위해 2019년 7월 ‘오픈AI’라는 AI 스타트업에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투자했고, 이후 130억달러(약 18조원) 이상을 쏟아 부으며 최대 주주(49%)가 됐다. 그리고 이 오픈AI가 2022년 말 공개한 생성형 AI 챗봇 ‘챗GPT’는 세계를 AI 시대로 밀어 넣었다.

MS에서 이런 투자 결정을 전담하는 조직이 바로 사업개발(BD) 조직이다. 지분투자와 인수합병 등 MS의 모든 대외 직간접 투자를 총괄하지만 베일에 가려진 이 조직에는 몇 명이 일하는지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본지는 최근 이 조직에서 일하는 한국인인 최크리(51) MS 아태지역 본부 사업개발 이사(디렉터)를 만나 MS의 투자 기준에 대해 물었다.

서울 광화문 소재 MS 한국오피스에서 만난 최 이사는 “MS가 파트너사를 정하는 기준은 크게 3가지”라고 말했다. ‘MS 제품이 역량이 부족하거나 없을 경우(fill gaps in product capability)’와 ‘MS 플랫폼 내 새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경우(build ecosystems on our platform)’, ‘기술로 사업을 혁신시킬 수 있을 때(deliver transformation opportunity)’이다. 최 이사는 “오픈 AI는 이 세 가지 기준이 모두 적용되는 케이스”라며 “MS 역시 오픈AI와 손잡기 전부터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하고 있었지만, 적시에 고객에게 최상의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태평양 본부에서 아시아 지역 사업개발을 담당하는 최크리 디렉터가 지난 8월 서울 광화문 인근 MS 한국오피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장련성 기자

최 이사는 요즘 MS가 AI 보안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지난달에는 AI 기술로 다크웹 사이트 내 각종 범죄 정보를 탐지·분석하는 기술을 가진 우리나라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 ‘S2W’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S2W와의 협업을 주도한 최 이사는 “다크웹이 전 세계 클라이언트들을 위협하는 요소로 떠올랐지만, 이 영역을 적극 공략하는 보안 설루션이 없었다”며 “MS의 생성형 AI 보안 플랫폼 ‘시큐리티 코파일럿(Copilot for Security)’ 강화를 위해 손을 잡았다”고 했다. MS는 지금까지 전 세계 132개 사이버 보안 기업과 협업을 맺었지만, 한국 기업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 이사는 MS의 AI 전략에 대해 “모든 스택(단계)을 다 구축하는 것”이라고 했다. 생성형 AI도 대규모언어모델(LLM)뿐 아니라 훨씬 작은 용량의 소규모언어모델(SLM)를 갖추고, 개방형과 폐쇄형 모델, 데이터센터 같은 인프라와 서비스 앱까지, AI 기술 관련 모든 스택을 구축해 통합된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는 이야기였다.

앞으로 AI 기술이 강력한 혁신을 불러올 분야로는 콘텐츠와 상거래 분야를 꼽았다. 지금은 콘텐츠와 검색, 광고, 쇼핑이 제대로 연계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AI 기술을 활용하면 이런 연계가 훨씬 강화될 것으로 본 것이다. 최 이사는 “이를테면 MS가 집중하는 게임 분야에서도 게임 만큼이나 인앱광고가 대단히 중요한데 어떤 광고가 해당 게임 이용자에 적합한지를 AI가 분석하고 만들어 연계하는 것만으로도 큰 수익을 만들어 낼 것”이라며 “AI는 산업 발전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MS가 현재 검색포털인 빙(Bing)을 통한 상거래 비즈니스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했다.

숙명여대 전산학과를 나온 최 이사는 지난 28년간 LG CNS(설루션 사업부 컨설턴트)와 삼성전자(글로벌 세일즈 및 전략 마케팅), IBM(글로벌 비즈니즈 서비스 매니징 컨설턴트), EY(어드바이저리 이사), 제일기획(경영지원실 투자기획 팀장) 등 굵직한 기업에서 기술 개발과 투자 업무를 두루 거친 인물이다. MS에는 2년 전에 합류했다.

그는 MS의 아시아 지역 투자 결정을 담당하지만 동시에 7년 전부터 스타트업연구회라는 엔젤투자(개인투자) 모임도 운영 중이다. 최 이사는 “공유 오피스와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분석 기업, 공유 보육 기업 등 국내외 10여개 스타트업에 개인 투자를 하고 있다”며 “개인 투자할 때 기준은 회사에서 일할 때와 다르다”고 말했다. 최 이사의 개인 투자를 할 때 확인하는 요소는 ‘리더가 독불장군이 아닌지’와 ‘경쟁사가 없다고 말하는지’ 여부다. 그는 “오랜 기간 투자업계에 있으면서 대표의 도덕적 해이 사례를 자주 봤다”며 “스타트업의 지속 가능성은 성격 나쁜 천재 리더가 아닌 융합된 팀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또한 “경쟁사가 없다고 말하는 기업 역시 투자하면 위험한 곳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제대로 시장 조사를 안 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