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구글의 앱장터 ‘구글플레이’를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에 기본 탑재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구체적인 반독점 명령을 내렸다. /AP 연합뉴스

스마트폰에서 앱을 내려받을 수 있는 앱장터에서 구글의 독점력이 휘청거리게 됐다. 미국 법원이 구글의 앱장터 ‘구글플레이’를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에 기본 탑재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구체적인 반독점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7일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방법원 제임스 도나토 판사는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휴대전화와 태블릿에서 경쟁이 더 쉽게 일어날 수 있도록 하라”는 가처분 명령을 내리면서, 이를 위한 사항을 조목조목 주문했다. 이번 명령은 지난해 12월 구글이 인기게임 ‘포트나이트’ 운영사인 에픽게임즈가 제기한 앱장터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한 후 10개월 만에 나온 후속 조치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재판부는 우선 구글이 삼성전자 등 스마트기기 제조사에 비용을 지불하면서 구글플레이를 ‘기본 탑재’ 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지난해 재판 과정에서 에픽게임즈는 구글이 삼성전자에 검색 엔진과 구글플레이 등을 기본 탑재시키는 조건으로 4년간 80억달러(약 11조원)를 지불했다고 증언했다. 이 같은 제재가 시행되면 삼성전자는 향후 출시되는 갤럭시 스마트폰에 구글플레이를 기본 탑재할 수 없고, 그에 따른 수익도 얻지 못하게 된다.

재판부는 또 구글이 앱 개발자에게 구글플레이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것을 금지했다. 구글은 자사 앱장터를 통해 유통되는 앱들에 구글의 결제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매출의 15%~30%를 수수료로 받아왔다. 소송 당시 에픽게임즈가 제출한 증거에 따르면 구글플레이는 2021년 120억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영업이익률은 70%를 넘어섰다. 테크 업계에선 이 조치로 구글의 수익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부는 또 구글플레이에서 타사 앱장터를 내려받을 수 있게 하고, 앱 개발자에 돈을 주고 특정 앱을 구글플레이에서 독점·우선 배포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명령했다. 이 같은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감독할 3인 위원회도 구성하라고 했다. 이 위원회에는 구글과 에픽게임즈 소속 각 한 명, 이들이 공동으로 선출한 제3의 인물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 명령은 내달 발효될 예정이며, 향후 3년간 미국에서 유효하게 된다. 미국에서만 적용하는 이유에 대해 도나토 판사는 “다른 국가에서 구글이 받고 있는 조사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개별 국가들이 조사를 통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다. 구글은 이날 즉시 “사용자와 개발자에게 일관되고 안전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이번 정책 시행을 중단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법정 싸움이 이어지면, 실제 법원의 명령이 시행되는 시점이 늦춰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