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교육부는 지난 2월 전국 초중학교 184곳을 인공지능(AI) 교육 거점으로 지정했다. 그중 하나인 베이징 훙즈중학교는 영어 수업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학생이 발음을 잘못하면 화면에 즉시 표시된다. 중국어 수업에서는 AI가 작문 점수를 매기고, 체육 수업에서는 제자리멀리뛰기 같은 운동 능력 자료를 AI가 분석해 학생들 체력을 높일 지침을 만들어 준다.

AI가 교육 현장에도 큰 변화를 몰고 왔다. 특히 교육열이 높은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는 AI 교과서와 교육 지침 등 교육과정에 AI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15~16일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제2회 태재미래교육포럼 2024′(태재대·태재미래전략연구원·조선일보 공동 주최)에서 각국 전문가들은 AI를 교육 현장에 적용한 사례를 주고받고, AI를 활용한 교육 혁신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15일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제2회 태재미래교육포럼' 개막식 행사에서 연사로 나선 이리나 보코바(왼쪽)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과 염재호 태재대 총장이 인공지능(AI) 기술이 불러올 교육의 변화와 미래상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AI로 바뀌는 중국의 교육

동북아 3국 가운데 AI를 교육에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올 3월에 열린 중국 최대 연례 정치 행사인 양회에선 초등·중학생을 위한 AI 의무교육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광저우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AI를 의무교육에 도입하는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대학에서 AI 교육 비중도 커지고 있다. 중국은 2018년부터 대학 학부에 2000건이 넘는 AI 프로그램을 추가했다. 난징대는 전교생이 AI 과정을 의무적으로 수강하도록 했고, 상하이 푸단대는 올가을 학기부터 1년간 AI 과정 100가지를 개설했다. 푸단대의 AI 과정은 인문학부터 공학까지 모든 학문을 아우른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 AI 등 관련 전공 교수 64명을 모집했다. 아예 AI 전공을 도입한 중국 대학은 24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무원(교육부 감독 기관)에서 학위 위원을 지낸 왕보 부총장은 “AI 인기에 올해 베이징대 공과대학 입학자가 작년보다 40% 늘었다”며 “AI가 지식뿐 아니라 국가의 경계도 허물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진영

◇한국, 내년 AI 교과서 최초 도입

디지털 전환이 상대적으로 늦은 일본 역시 교육 현장에서 AI 융합 교육을 위한 인프라를 국가 차원에서 구축하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전국 초·중학생 1인 1대 태블릿 PC를 공급하고 초고속 네크워크를 갖추는 ‘기가 스쿨’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7월에는 ‘초·중등 교육 단계의 생성형 AI 활용에 관한 잠정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포럼에 참석한 야노 가즈히코 문부과학성 차관보는 “생성형 AI 등 기술 발전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고, 일본 역시 AI 기술 등을 활용해 학교의 종전 학습 방식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내년에 세계 최초로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한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AI 기술을 활용해 학습 수준을 진단하고 학생 맞춤형 교육을 하는 교과서다. 모든 학생이 똑같은 교과서로 수업을 받는 현재 교육 시스템을 완전히 뒤집는 새로운 교육 형식이다. 먼저 영어와 수학, 정보 과목을 놓고 초등 3·4학년, 중등 1학년, 고등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도입한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AI 디지털 교과서 개발은 완료했고, 지난 8월부터 다음 달까지 검정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내년 3월부터 서책형 교과서와 함께 수업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의 미래: 사라지는 것과 생겨나는 것’을 주제로 이틀간 열린 이번 행사에는 이리나 보코바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 스티븐 코슬린 하버드대 명예교수 등 교육 전문가가 대거 참석해 AI 시대 초개인화한 맞춤형 교육을 전망하며 이에 맞춘 변화를 주문했다. 보코바 전 사무총장은 “교사들은 이제 단순히 지식 전달보다는 감성 지능과 비판적 사고, 경청, 갈등 해결, 공감, 문화적 다양성과 같은 소프트 스킬(soft skill·정서적 소통 능력)을 중점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염재호 태재대 총장은 “전공 지식을 암기 위주로 주입하는 강의식 교육은 AI 시대에 그 의미를 점점 상실해 가고 있다”며 “앞으로 창의적인 생각으로 다양한 문제를 풀어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방안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