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CEO./로이터

빅테크 기업 중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늦깎이 취급을 받고 있는 애플이 오는 28일 올초부터 예고해온 ‘애플 인텔리전스’를 정식 출시한다. 애플이 연초 공개한 모든 기능이 이번 업데이트에 포함된 것은 아니지만, 오픈AI의 챗GPT와의 시리의 통합 등 일부 굵직한 기능들이 iOS 18.2 업데이트에 포함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챗GPT가 출시된 후 근 2년만에 애플이 실질적인 의미로 AI 경쟁에 뛰어들고, 이용자들의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애플 인텔리전스 출시를 앞두고 지난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를 갖고 “애플 인텔리전스는 이미 내 생활을 바꿔 놓았다”며 “처음엔 비교적 작고 미미해보일 수 있지만, 후에 돌아보면 새로운 기술 발전 곡선으로 이동한 중요한 순간임을 알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팀 쿡은 잡스 사망 후 애플 CEO로 13년을 지내왔지만, 시중에서 그의 리더십에 대해 “잡스의 유산을 확대하고 키워온 것은 사실이지만, 획기적인 혁신은 사라졌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그 가운데 지난 6월 애플의 개발자 콘퍼런스 WWDC에서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한 날은 월가에서 “아이폰이 탄생한 이래 애플에 가장 중요한 날”이라고 불리고 있다. 쿡이 자신의 ‘혁신 DNA’를 증명해야 하는 결정적인 시험대라는 것이다.

쿡 CEO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첫 번째가 아니어도 괜찮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올 1월 글로벌 첫 AI스마트폰 타이틀을 가져가고, 빅테크 기업들이 훨씬 앞서서 AI를 내놓는 가운데 아무 움직임도 없었다는 비판에 정면 대응한 것이다. 그는 “진정 훌륭해지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며, 많은 반복이 필요하다”라며 “우리는 먼저 무언가를 내놓기 위해 달려가는 것 보다 (진정으로 훌륭한) 그런 종류의 제품을 내놓는 것을 선호한다. 빠르면서 훌륭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하나만 해야한다면 의심의 여지 없이 최고가 되는게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중 애플 인텔리전스를 아이팟의 획기적인 ‘클릭 휠’과 아이폰의 ‘터치스크린’에 비유했다. 아이팟의 클릭 휠은 당시 수많은 Mp3 재생 기기와 아이팟을 차별화하는 결정적인 디자인이었고, 아이폰의 터치스크린은 모바일 시대를 스마트폰 시대로 변화시킨 핵심 요소였다.

그는 실제로 자신이 애플 인텔리전스를 써본 결과, “애플 제품의 사용 경험을 근본적으로 다르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기능 중 하나로 ‘이메일과 알림 요약 기능’을 꼽기도 했다. 이용자가 받은 이메일과 알림을 이용자에게 중요한 순서대로 AI가 조정해주고, 긴 내용의 핵심만 뽑아 알려주는 기능이다. 그는 “이 기능이 나의 생활을 이미 바꿨고, 이를 통해 하루나 일주일, 한 달에 걸쳐 상당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

애플의 AI 전략은 여느 빅테크와 사뭇 다르다. 거대 AI모델을 개발해 대외적으로 판매하고, 이를 기반으로 챗봇 서비스를 구독하게 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오히려 애플은 자사 기기를 사용하는 방법은 AI로 얼마나 더 편하게 만들수 있는지에 집중하고 있다. 예컨대 아이폰의 사진기를 ‘야간 모드’로 설정하고 싶을 때, 이용자가 직접 사진기 앱을 조정할 필요 없이 시리에 “카메라를 야간모드로 켜줘”라고 부탁하면 실행해주게 하는 식이다.

WSJ는 “애플의 특이점 중 하나는 가장 성공적인 제품 상당수가 한때 실패작으로 보였다는 것”이라고 했다. “CD플레이어가 39달러였을 때 399달러짜리 아이팟을 내놓고, 키보드를 빼버린 아이폰을 내놓으며, 이상하게 생긴 에어팟을 내놨다”는 것이다. 쿡 CEO는 느리게 시작한 제품들이 결국 인기를 끌 것이라 확신한다며 제대로 된 성과를 아직 내지 못하고 있는 애플의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에 대해서도 “서서히 성공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월가·업계에서 애플에 대한 우려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애플 인텔리전스가 아이폰을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을 포함한 다른 스마트폰과 아예 다른 기기로 바꿔줄지는 여전히 미지수인데다, 애플 자체가 곳곳에서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도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유럽에서의 규제가 애플에게 향후 큰 변화를 갖고 올 예정이다. 앱스토어·간편결제·브라우저 등 폐쇄적인 생태계 운영으로 경쟁자 진입을 사실상 막아왔던 영역을 하나씩 개방하게 되면서, 애플이 추구하던 ‘애플의 통일성’이 깨지게 됐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각종 어려움에 직면한 애플에 있어 애플 인텔리전스의 획기적인 성공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