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와카미 아쓰토 회장

사와카미 아쓰토(澤上篤人) 사와카미투신(投信) 회장은 일본 투자업계의 대표적인 장기 투자자다. 장기 투자 개념이 생소하던 1990년대 일본에서 저평가·가치주 투자를 강조해 ‘일본의 워런 버핏’이라고 불린다. 일본 최초로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독립계 투자신탁 회사를 1999년 세웠고, 대형 기관 투자자의 자금은 거부한 채 개인 투자자 자금만 받고 있다. ‘샐러리맨의 자산 증식’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현재 굴리는 자금은 약 3000억엔. 펀드도 20년간 딱 하나만 운용 중이다. 2000년 나스닥 버블부터 2008년 금융 위기 등 여러 차례 위기를 겪어도 결코 투자 전략을 바꾸지 않는다. 50년 투자 베테랑은 지금의 주식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Mint가 최근 사와카미 회장을 화상으로 만났다.

–지금 주식시장에 거품이 껴있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형) 이전부터 주요국들이 어마어마하게 돈을 풀고 있다. 정부는 재정을 풀고, 중앙은행은 채권 등 금융 자산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돈을 뿌린다. 그 규모도 매우 크다. 중앙은행은 채권이나 ETF 등을 사들여 돈을 뿌린다. 이렇게 마구 사들이다 보니 중앙은행이 보유한 자산액이 국내총생산(GDP)의 1.2배까지 불어났다. 이렇게 풀린 돈이 원래는 경제에 활력을 북돋워줘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남아도는 돈은 주식시장으로 많이 흘러가고 있다. 말도 안 되는 거품이 부풀어 오르는 중이다.”

사와카미투신의 펀드 순자산액 추이

–거품은 곧 꺼질까.

“시간문제라고 본다. 버블이 언제 꺼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인 것만은 분명하다. 거품 붕괴까지, 1년 이상은 걸리지 않으리라고 본다.”

–거품 붕괴 조짐은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을까.

“가장 어려운 일이다. 무엇이 계기가 될지는 모른다. 그러나 반드시 ‘무언가’ 때문에 버블이 꺼진다고 생각한다. 돈을 엄청나게 뿌리고 있으니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가치가 떨어지는 현금으로부터 다른 자산으로 갈아타려는 현상이 나타날 텐데 아직 그런 현상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중앙은행이 돈을 뿌려서 현금 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오르는 현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테슬라 등 일부 테크 주식에 돈이 몰리고 있는데, 이들 주식 가격도 거품일까.

“반드시 주가가 하락하리라고 본다. 나는 투자처로서 테슬라·애플 같은 주식은 흥미가 없다. 왜 그런지 설명해보겠다. 미국의 경우 매주 600달러씩 추가 실업 급여를 주고 있다. 그러자 이렇게 보조금을 받은 사람들까지도 테슬라·애플 주식을 사고 있다. 대부분이 단기 투기 목적이다. 이렇게 투기 자금이 몰리는 주식은 건드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와카미 아쓰토 사와카미투신 회장 /사와카미 투신

–그렇다면 어떤 주식에 투자해야 할까.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기업을 골라라. 일반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입는 생활 소비는 어떤 상황이 와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 장기 투자자는 이러한 실물 경제에 초점을 맞춰 투자를 한다. 일반 식품 회사 혹은 기계류 회사 등이 포함된다. 또 다른 기준은 세계 무대에서 100년 안팎으로 오랜 기간 경험을 쌓은 글로벌 기업일수록 좋다.”

–어떤 기업인가.

“코카콜라, 유니레버, 또 하나 더 꼽자면 네슬레도 있다. 1·2차 세계대전부터 글로벌 금융 위기 등 각종 위기를 견뎌내며 살아남았던 기업들에 투자를 권하고 싶다. 조사해보면 알겠지만 이 기업들은 주가가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보면 그렇게 많이 오르지 않았다. 지금 투자하기 좋은 때라고 생각한다."


–거품이 꺼지면 이 기업들의 주가도 하락하지 않을까.

“거품이 꺼지는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돈이 사라진다. 살아남은 돈은 어디로 갈까. 결국은 착실한 기업에 돈이 되돌아가기 마련이다. 우리의 실생활이 사라지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 기업에 매수세가 몰릴 수밖에 없을 테니, 버블이 꺼진 후에는 V자 상승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엄청난 폭락 후에 반드시 나타날 현상이다.”

그는 최근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퇴진하고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당선된 일본의 정세에 대해선 “큰 변화가 없으리라고 본다”라고 했다. 그는 가치 투자자답게, 일본 총리 교체는 물론 코로나 확산 이후에도 투자처를 거의 바꾸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 같은 장기 투자자는 5~10년을 보고 투자를 한다. 다만, 눈을 열고 세상을 관찰하는 것만큼은 멈추면 안 된다. 세상이 바뀌어 가는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도 재택근무를 하고 있지 않나. 재택근무가 다른 산업의 탄생으로 이어질지 모른다.”

–채권은 어떤가.

“현 시점에선 채권이 가장 위험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금리가 제로에 가까워진 상태라 채권 가격이 천정(天井)이다. 지금은 물가 상승이 시작되고 있으나 아직 눈에는 안 보이는 단계다. 눈에 띄게 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 채권 가격은 폭락이 불가피하다. 돈 벌 기회는 적은데 위험은 크다는 얘기다.”

–금이라면 안전할까.

“자산의 일정 부분을 금에 투자하는 것은 괜찮다고 본다. 금은 말 그대로 ‘가치가 있는 자산’이다. 하지만 금 시장은 투자 심리에 의해 좌우되기도 한다. 약간 보유는 찬성한다. 하지만 최악의 시장 상황을 대비한다는 의미로, 약간만 투자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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