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마인드의 인공지능이 밝힌 단백질 구조. 선들은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들이 연결된 형태이다./딥마인드

노벨상은 꼭 ‘사람’이 받아야 할까. AI(인공지능)가 사람보다 더 훌륭한 성과를 냈다면 AI에도 상을 줄 수 있어야 하지 않나. 데미스 허사비스가 세운 영국 AI 회사 딥마인드(DeepMind, 2014년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인수)가 최근 공개한 AI ‘알파폴드’의 성과를 두고 과학·공학계에서 이는 논란이다. 딥마인드는 지난 4일 “알파폴드가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바둑, 스타크래프트 등 게임에만 능한 줄 알았던 딥마인드의 AI가 어떤 성과를 냈길래 이렇게 난리일까. Mint가 네이처·사이언스 등 과학 저널과 딥마인드의 발표문을 분석해 요점 셋을 정리했다.

◇1. 단백질 구조 예측은 정말 어렵다

생물은 단백질로 움직인다. 인간의 몸은 약 2만 종류의 단백질로 이뤄져 있다. 단백질은 수행하는 역할에 따라 모양이 다르다. 처음엔 긴 실 모양이었다가 나름의 방식으로 구부러지고 매듭을 지어 독특한 모양을 만들어간다. 긴 실을 꼬고 엮어서 장갑도 만들고 스웨터도 만드는 것과 비슷하데, 실이 잘못 꼬이면 병이 되기도 한다. 이 실은 21종류의 아미노산이 구슬처럼 엮인 형태다. 아미노산 21종이 어떤 순서로 조합되는지가 단백질의 최종 모양을 결정한다. 문제는 21종 아미노산으로 만들 수 있는 실의 조합이 어마어마하게(10의 143승 정도) 많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알아낸 단백질 종류는 약 2억개, 이 중 구조를 알아낸 단백질은 약 17만종이다. 단백질 구조를 알아내기 위해선 ‘X선 결정(結晶) 기술’ 등이 쓰여 왔다. 한 종류를 분석하는 데 1년~수년, 비용은 약 12만달러(약 1억3000만원)가 들어간다.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열린 '바이오 및 뇌공학과 석학 초청강연'에서 강연하는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

◇2. ‘알파폴드’는 며칠 만에 구조를 밝혀냈다

AI ‘알파폴드’는 지난 50년에 걸쳐 과학자들이 밝혀낸 단백질의 모양과 각 단백질을 만든 ‘실’의 아미노산 구조를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해 방대하게 습득했다.(정확한 학습 방식은 추후 발표할 논문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딥마인드는 바둑 최고수 이세돌을 격파했던 ‘알파고’로 유명해졌는데, 바둑을 배울 때 쓴 방법을 이번엔 단백질에 썼다. 그 결과 아미노산의 배열 순서를 보고 단백질 구조를 컴퓨터로 며칠 만에 분석해냈다. 가까운 미래엔 이 시간을 수시간, 심지어 수분으로 단축할 수 있으리라고 딥마인드는 보고 있다. 딥마인드는 1994년 시작돼 2년마다 열리는 단백질 구조 예측 대회(CASP)에 도전했고, 100여 팀을 완전히 압도하는 성과를 냈다.

◇3. AI가 과학 하는 시대가 왔다

단백질은 생명의 기본 재료다. 아미노산 실이 단백질을 구성하는 방식을 예측하면 병을 예방하거나 효과적인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미세 먼지를 잡아먹는 단백질,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단백질 등 맞춤형 업무를 수행하는 단백질을 만들어내길 기대한다고 딥마인드는 설명하고 있다. 과학계는 그보다도, AI가 인간을 뛰어넘는 연구 성과를 냈다는 점에 더 경악하고 있다. 패턴을 빨리 읽어내고 게임이나 (자율주행 같은) 조작에만 능한 줄 알았던 AI가 기초과학 분야에서 ‘인간의 난제’를 해결했다는 충격이 번지며 ‘이러다 AI가 노벨상을 타겠다’란 말까지 나온다. 영국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너무나 충격적인 연구 업적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노벨상 수여 자격이 주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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