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Uber) 같은 승차 공유 서비스는 주차장에 서 있을 뿐이었던 차가 한 시간에 10달러 넘는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도록 만들었습니다. 아무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던 ‘빈집’은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Airbnb)를 통해 가치가 상승했고요. 이런 새로운 경제 모델, 이를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를 제대로 담을 제도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 더 치열하게 진행될 겁니다.”
긱 이코노미(임시직 경제) 전문가인 폴 오이어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코로나 이후 긱 이코노미에 대해 “승차 공유의 성장세는 다소 주춤해지는 대신, 원격 근무 확대로 인한 프리랜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오이어 교수는 이력이 별나다. 노동경제학 전문가인데, 뭐든지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다. 2014년 이혼 직후엔 데이트 시장에 뛰어들어 ‘사랑'을 경제학적 관점서 분석한 책 ‘짝 찾기 경제학’을 썼고, 2018년엔 긱 이코노미 연구를 위해 우버 기사가 돼 직접 차를 몰며 돈을 벌었다. Mint는 최근 오이어 교수를 화상으로 만나 코로나가 긱 이코노미에 미친 영향과 향후 방향에 대해 물었다.
◇코로나 이후 긱 경제는 어떻게 바뀔까.
“코로나가 긱 경제에 끼친 영향은 분야별로 차이가 크다. 우버 등 승차 공유 분야는 코로나 타격을 피할 수 없었다. 반면 긍정적 영향을 받은 분야도 있다. 단적으로 배달 서비스가 크게 늘면서 임시직 배달원으로 일하는 이가 증가했다. 우버는 승차 공유와 음식 배달을 둘 다 하는데, 사람들이 승차 공유는 덜 이용했지만 ‘우버이츠' 서비스 등을 통한 음식 배달 물량은 크게 늘었다. 또 하나 크게 성장한 분야는 프리랜서 알선 플랫폼이다. 프리랜서와 고용주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플랫폼 ‘업워크(Upwork)’가 대표적이다. 이런 플랫폼은 고용주가 장소와 상관없이 전문가를 찾아내, 시간 단위로 쓸 수 있도록 돕는다. 즉 미국 회사가 미국이든 인도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프리랜서를 구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코로나로 원격 근무가 일상화하자, 정규직 대신 단기 근무 외부 인력을 고용하려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큰 변화다.”
◇긱 이코노미 종사자(긱 워커)의 일자리는 극도로 불안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안전망을 마련할 방도는 없을까.
“긱 워커가 늘어나면 논란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긱 워커를 한 카테고리로 묶기엔 각각의 사정이 너무 다르다. 다른 업종 종사자는 당연하고, 같은 업종에 종사하더라도 근무시간이나 근무 유형에 따라 상황이 제각각이다. 우버 기사만 두고 볼까. 어떤 운전자는 ‘용돈이나 벌자'며 한 주에 5시간만 일하고 다른 운전자는 생계를 걸고 풀타임 정규직에 버금가는 긴 시간 일을 한다. 후자는 정규직에 가깝지만 지금의 미국 법으로는 이 둘을 분리할 수가 없다. 업워크를 통해 프리랜서로 일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나 개발자도 마찬가지다. 잠깐씩 일하는 이도 있지만 일부는 스스로 ‘개인 사업가'라고 생각한다. 한꺼번에 여러 회사와 단기 계약을 맺고 주 40시간 꽉 채워 근무한다. 정말 다양한 근로 방식이 있고, 그래서 이들 모두에게 단번에 적용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긱 워커를 위한 복지는 어떻게 정착되는 게 좋다고 보나.
“지금 문제는 긱 워커의 일자리는 굉장히 유연한 반면 복지 제도는 경직됐다는 점이다. 긱 워커는 그날그날 일자리가 바뀔 수도 있고 여러 곳에서 동시에 일하거나 심지어 여러 직종에서 한꺼번에 일하기도 한다. 이런 일자리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을 갖추려면 유연한 복리 후생(flexible benefits)이 필요하다. 현재 미국의 복리 후생은 고용주가 누구인지에 따라 구축되고 노조 영향도 많이 받는다. 긱 워커를 위한 유연한 제도가 자리 잡으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긱 경제는 지난 11월 미 대선에서도 큰 이슈 아니었나.
“진보당인 민주당 출신 조 바이든 (차기 미 대통령) 정부는 긱 워커를 정규직에 가깝도록 분류하는 방향의 규제를 추진하리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지난달 캘리포니아주에서 긱 워커를 정규직화하는 대신 현재 프리랜서 지위로 유지하는 ‘주민 발의안 제22호’가 통과됐다. 소비자들이 우버와 리프트 등 지금 운영되고 있는 긱 경제 관련 서비스를 무척 좋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버 등은 결과에 일단 안도하면서 자체적으로 운전자와 상생할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다. 어떤 제도가 자리 잡을지 기대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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