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걱정거리 중 하나가 금리입니다. 대출 금리가 오른다는 말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인상 폭은 크지 않더라도 집을 사거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적지 않은 돈을 빚진 처지에서는 이자 부담이 커져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1.25%포인트라는 큰 폭으로 인하한 뒤 전혀 오르지 않았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연 0.5%로 동결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금융기관의 대출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말 그대로 ‘기준’이라고 여겨왔는데, 왜 기준금리와 실제 금리의 움직임은 다른 모습을 보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대출에 따라 상황과 조건이 천차만별이라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변화가 모든 대출에 같게 적용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기준금리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 살펴보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RP(환매 조건부 채권)를 이용해 대형 금융기관과 자금 거래를 할 때 적용하는 금리입니다. 이 거래는 일반적 개인 대출이나 주택 담보대출과 크게 다릅니다. 우선 거래 기간(만기)이 7일 이내로 아주 짧습니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 금리는 만기가 길수록 높아집니다. 미래로 갈수록 향후 경제 상황이 어떻게 될지 짐작하기 어려워지는데 이러한 ‘불확실성’을 보상하려는 것이죠. 따라서 만기가 7일 이내인 기준금리를 내릴 때 만기가 몇 달, 몇 년에 이르는 일반 대출이나 채권 금리가 일괄적으로 같은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게다가 한국은행과 자금 거래를 하는 금융기관들은 한국에서 가장 높은 신용도를 가진 경제 주체입니다. 국민·신한은행 같은 대형 금융기관의 신용도는 이른바 ‘트리플 A(AAA)’입니다. 이들과 거래하는 금리인 기준금리가 내렸을 때, 신용도가 이보다 낮은 개인이나 기업의 대출 금리 역시 같은 폭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한마디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돈을 떼일 위험성(리스크)이 엄청나게 낮은 자금 거래에 적용되는 금리입니다. 반면 개인이나 기업 같은 일반 경제 주체의 자금 대출은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만기가 훨씬 길고 다양할 뿐 아니라, 신용도와 대출 규모도 천차만별입니다. 돈을 빌리는 사람(자금 차입자)의 소득 수준과 영업 상황, 담보나 신용 보증 유무, 빌리는 돈의 규모 등에 따라 대출 금리 수준이 다양하게 달라집니다.

여기에 더해 돈을 빌려준 기관의 상황도 영향을 미칩니다. 다른 금융기관보다 더 싸게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관이 있는가 하면, 더 비싸게 조달하는 금융기관도 있습니다. 기준금리가 내려도 내가 거래하는 금융기관의 조달 금리가 오르면 내 대출 금리도 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변수가 많다 보니, 기준금리 변동에 따라 모든 금리가 일관성 있게 움직이지는 못하게 됩니다. 결국 기준금리가 내리거나 변동이 없어도 내가 받는 대출 금리는 오르는 일이 생길 수 있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