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키니쿠 체인점 토라테이(寅亭)의 홍보 사진. 연기를 빼내는 환기 시스템 덕분에 3분30초만에 식당내 공기가 완전히 순환되고, 이는 일반 식당의 6.6배에 달하는 속도라며 "감염병(신종 코로나) 예방에 힘쓰며 영업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토라테이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골목 상권의 줄폐업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각국 경제의 큰 골칫거리다. 이런 와중에도 세계적으로 거의 유일하게 매출 감소나 폐업 위기를 겪지 않은 외식 업종이 있다. 한국식 고기구이가 현지화한 일본의 야키니쿠(焼肉)다.

일본 시장조사 업체 도쿄상공리서치는 최근 “2020년 세계적 외식업 불황 속에서도 일본 내 야키니쿠 업체(중·대형 업체)의 도산 건수는 14건에 불과했다”며 “이는 지난 10년 새 최소”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11월 야키니쿠 업계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하며 도리어 ‘호황'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이자카야(선술집) 업계가 41.2% 감소를 나타낸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대형 야키니쿠 체인을 운영하는 모노가타리 코퍼레이션은 1년간 주가가 50%나 올랐다.

무엇이 야키니쿠 업계와 전체 외식 업계 간의 양극화를 낳았을까. 주인공은 ‘환기(환풍) 시스템’이다. 미국 경제 매체 블룸버그는 “신종 코로나 시대에 연기와 병원균을 빠르게 빨아들이는 공격적 환기 방식이 제대로 먹혔다”고 분석했다. 고깃집의 환기가 잘되는 환경이 공기 중 비말 감염을 걱정하는 손님들을 안심시키는 데 상당히 기여했다는 것이다.

이를 사실로 확인해주는 실험 결과도 있다. 일본의 연기 흡입기 생산 업체 신포는 최근 “테이블 11개가 놓인 2.6m 높이의 77㎡(23.3평)짜리 공간의 야키니쿠 집에서 내부 공기가 완전히 교체되는 데 약 3분 3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이는 같은 시간 보통 음식점보다 6배 이상 많이 환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테이블마다 달린 연기 흡입기, 실내 환풍 시스템이 모두 작동한 결과다. 공기가 식당 안에 머물지 않고 계속 빠져나가는 일종의 ‘음압(陰壓) 환경’이 형성된 것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며 신종 코로나 여파로 줄어들었던 이 업체 매출도 작년 가을부터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고깃집들은 사정이 어떨까.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대부분 설비가 잘돼 있어 일본 실험 결과처럼 환기는 잘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한국 고깃집들은 여전히 매출 감소로 신음하고 있다. “식사 인원과 시간 제한의 영향으로 타격이 큰 상태”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