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이후 자국을 떠난 외국인 고급 인력을 대신해 이른바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를 유치하려는 국가 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는 유목민처럼 옮겨 다니며 원격 통신 기술을 활용해 일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런 나라는 고숙련 IT(정보 기술) 노동자들을 6개월 혹은 그 이상 장기 체류하게 함으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인적 자본 확대라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을 꾀하고 있다.
두바이 정부는 최근 원격 근무 비자(remote working visa)로 입국하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신종 코로나 백신을 무료 접종키로 했다고 밝혔다. 원격 근무 비자는 근무하는 회사가 두바이나 아랍에미리트(UAE) 내에 없어도 두바이에 살면서 1년간 원격 근무를 할 수 있게 허가해 준다. 이 나라는 전체 인구의 약 90%가 외국인일 정도로 해외 인력 의존도가 높다.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이들 상당수가 본국으로 귀국하며 내수 경제에 큰 타격을 입자, 지난해 10월부터 가상 근무 프로그램(virtual working program)이라는 이름으로 디지털 노마드를 끌어들이는 정책을 시작했다. “두바이의 황금빛 해변에서 일과 휴식을 함께 즐기면서 소득세 면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는 홍보도 했다. 여기에 백신 접종이라는 혜택을 얹은 것이다.
포르투갈은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고향으로 유명한 마데이라섬에 세계 최초의 ‘디지털 노마드 마을’을 조성했다. 디지털 노마드가 약 100명 살 수 있는 규모로, 사무실과 초고속 인터넷을 무료로 제공한다. 그리스는 또 올해부터 새로 이주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소득세 50% 절감 혜택을 주기로 했다. 직업과 소득에 관계없이 7년 동안 적용된다. 이 밖에 바베이도스와 바하마, 세인트루시아, 케이맨 제도, 앤티가 바부다, 모리셔스 등 여러 섬나라도 관광객을 대신할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새로운 장기 체류 비자 프로그램을 줄줄이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한국도 최근 ‘원격 근무 우수 기술 인재 비자’라는 이름의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신설할 예정이다. 일정 수준의 국외 소득이 있는 IT와 첨단 기술 분야 인재를 대상으로 6개월~1년 이상의 장기 체류를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이러한 디지털 노마드 유치 경쟁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해 온 프리랜서 고숙련 노동자들에게 희소식이다. 마드리드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손원장(34)씨는 “어디서든 비자 때문에 늘 골치가 아팠는데, 이번 기회에 다른 나라의 디지털 노마드 비자 프로그램에 지원해 보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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